그 땅의 백성
그 땅의 백성은 구약에 거듭 나오는 표현이다. 히브리어로 암 하아레츠라 하며 왕과 제사장과 관료를 뺀 나머지 주민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아달랴가 무너지고 요아스가 왕이 될 때 이들이 나팔을 불며 즐거워했고 아몬이 살해된 뒤에는 반역자를 치고 요시야를 세웠다. 포로기 이후에는 성전 건축을 방해하는 무리로 등장한다. 에스겔은 이들의 압제와 강탈을 책망한다. 같은 말이 문맥에 따라 다르게 쓰인다. 왕과 제사장 옆에 나란히 놓여 함께 책임을 지는 다수였다.
구약을 읽다 보면 그 땅의 백성이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눈에 걸린다. 같은 말인데 문맥마다 결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그저 주민을 뜻하고 어떤 곳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표현 자체
히브리어로는 암 하아레츠라 한다. 직역하면 땅의 백성이다. 왕과 제사장과 관료를 뺀 나머지 주민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고대 근동 사회의 계층 구분이 이 짧은 표현 안에 들어 있다.
왕을 세우는 무리
열왕기하 11장에서 아달랴가 무너지고 요아스가 왕이 될 때 이들이 등장한다. 왕이 규례대로 기둥 곁에 섰고 그 땅의 모든 백성이 즐거워하며 나팔을 불었다 (왕하 11:14). 역대하도 같은 장면을 기록한다 (대하 23:13).
아몬 왕이 신하들의 손에 죽었을 때도 그 땅의 백성이 반역한 자들을 치고 요시야를 왕으로 세웠다 (왕하 21:24). 다윗 왕조를 이어 붙인 쪽이 이들이었다.
포로기와 귀환 이후
바벨론 포로기와 귀환 시기에 이 표현의 쓰임이 달라진다. 에스라 4장에서 그 땅의 백성은 유다 백성의 손을 약하게 하여 성전 건축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스 4:4). 남아 있던 사람들과 돌아온 사람들 사이의 긴장이 그 말 안에 담겼다. 같은 낱말이 이 시기에는 경계의 대상을 가리킨다.
선지자의 책망을 듣는 쪽
에스겔은 그 땅의 백성이 포악을 행하고 강탈을 일삼으며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학대하고 나그네를 부당하게 학대했다고 적는다 (겔 22:29). 왕과 제사장과 선지자를 차례로 책망한 뒤에 나오는 대목이다. 지도층만이 아니라 일반 주민도 같은 저울에 오른다.
율법 집행의 책임
율법 조문 안에도 이 표현이 나온다. 레위기는 몰렉에게 자녀를 준 자를 그 땅 백성이 돌로 치라고 규정한다 (레 20:2). 공동체의 집행 책임이 일반 주민에게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언약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그 땅의 백성은 나라의 형편을 재는 눈금 구실을 한다. 왕이 개혁을 시작해도 이들이 따르지 않으면 개혁은 오래가지 않았다. 선지자들이 회개를 촉구할 때 이들을 함께 부른 이유가 여기 있다. 후대 유대 사회에서는 율법에 밝지 못한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뜻이 좁아졌다.
마무리
그 땅의 백성은 이름이 남지 않은 다수다. 성경은 그들을 왕과 제사장 옆에 나란히 두고 같은 책임을 묻는다. 표현 하나가 구약 사회의 구조를 짧게 보여 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열왕기하 11:14 — 그 땅의 모든 백성이 즐거워하여 나팔을 불더라
- 열왕기하 21:24 — 그 땅의 백성이 아몬 왕을 반역한 사람들을 다 죽이고 그의 아들 요시야를 왕으로 삼으니라
- 에스라 4:4 — 그 땅 백성들이 유다 백성의 손을 약하게 하여 그 건축을 방해하되
- 에스겔 22:29 — 그 땅 백성은 포악하고 강탈을 일삼고 가난한 자와 궁핍한 자를 학대하고
- 레위기 20:2 — 그 땅 백성이 돌로 그를 칠 것이요
- 역대하 23:13 — 그 땅의 모든 백성이 즐거워하여 나팔을 불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