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네가 어디 있느냐

금단의 열매를 먹은 뒤 아담과 하와는 나무 사이에 숨는다. 하나님은 아담을 부르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신다. 위치를 몰라 던진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 답하게 하려는 부름이다. 아담은 두려워 숨었다고 답한 뒤 곧바로 하와를 지목한다. 게다가 하와를 주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하와는 다시 뱀을 가리킨다. 죄가 들어온 직후 사람에게 먼저 나타난 반응은 두려움과 떠넘김이었다. 하나님은 정죄보다 질문을 먼저 두셨지만 아담은 그 여지를 쓰지 않았다. 같은 장 끝에 회복의 약속이 함께 놓인다.

창세기 3장 8절부터 13절은 타락 직후의 심문 장면이다. 하나님은 벌을 먼저 내리지 않고 질문부터 던지신다. 그 짧은 대화 안에 죄가 사람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가 다 드러난다.

숨은 사람과 부르시는 음성

그들이 그 날 바람이 불 때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나무 사이에 숨었다(창 3:8). 동산을 거니시는 하나님의 발걸음은 그전까지 두려울 일이 아니었다. 같은 소리가 이제 숨을 이유가 된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네가 어디 있느냐 하시니라(창 3:9). 하나님이 모르셔서 묻는 물음이 아니다. 아담 스스로 자기 자리를 말하게 하려는 부름이다.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였나이다

아담의 대답은 이렇다.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창 3:10). 여기서 처음 나오는 감정이 두려움이다. 벌거벗음은 창세기 2장 끝에서 부끄럽지 않던 상태였다.
죄가 바꾸어 놓은 첫 자리는 관계다. 하나님 앞에 서는 일이 위협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물음과 아담의 대답

하나님은 이어 물으신다.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창 3:11).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이 아니라 고백할 자리를 여는 질문이다.
아담이 대답한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2). 하와를 지목하면서 그 여자를 주신 분까지 함께 끌어들인다.

이어지는 떠넘김

하나님이 여자에게 네가 어찌하여 이렇게 하였느냐 물으시자 하와도 뱀을 가리킨다.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3).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뱀에게 책임을 넘긴다.
뱀에게는 질문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곧바로 저주를 선언하신다(창 3:14).

심문의 방식

하나님은 이미 아신 일을 두고도 대화를 여신다. 질문은 정죄보다 먼저 온다. 자백할 여지를 남긴 셈이다.
다만 아담도 하와도 그 여지를 쓰지 않는다. 심문은 고백 없이 끝나고 3장 후반의 선고로 이어진다. 그 선고 안에 여자의 후손이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리라는 약속이 함께 놓인다(창 3:15).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바울은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왔다고 정리한다(롬 5:12). 창세기 3장의 이 장면이 원죄 교리의 출발점이 된다.
요한일서는 반대 방향을 제시한다. 자기 죄를 자백하면 하나님은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신다(요일 1:9). 아담이 하지 않은 일이 여기서 길로 제시된다.

마무리

네가 어디 있느냐는 물음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사람에게 던지는 첫 질문이다. 아담의 대답은 고백 대신 지목이었다. 창세기는 이 실패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적은 뒤 회복의 약속을 같은 장 안에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8 —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 창세기 3:9 — 네가 어디 있느냐
  • 창세기 3:12 —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내게 주므로
  • 창세기 3:13 —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 창세기 3:15 —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 로마서 5:12 —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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