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피림
네피림은 창세기 6장에 네 절 남짓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아내로 삼던 시대에 그들이 땅에 있었다고 본문은 적는다. 그들에게서 난 자들은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이라 불렸다. 곧이어 사람의 죄악이 땅에 가득하다는 진술이 나오고 홍수 심판으로 이어진다.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아낙 자손을 네피림이라 불렀다. 성경은 그들의 정체를 해명하는 대신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말한다. 홍수 이전 세대는 신약에서도 심판의 실례로 언급된다. 짧은 네 절이 남긴 궁금증은 그대로 남는다.
창세기 6장은 홍수 기사로 들어가기 직전에 네피림을 한 번 언급하고 지나간다. 설명은 짧고 남은 정보도 적다. 그 짧은 기록이 무엇을 말하는지 순서대로 정리해 둘 만하다.
본문이 놓인 자리
네피림은 창세기 6장 1절에서 4절 사이에 나온다. 바로 앞은 아담부터 노아까지 이어지는 계보다. 바로 뒤에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을 하나님이 보시는 장면이 온다. 네피림 기록은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위치만 보아도 이 대목이 홍수 심판의 배경 설명임이 드러난다.
하나님의 아들들과 사람의 딸들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았다 (창 6:1-2).
하나님의 아들들이 누구인지는 오래 논의된 문제다. 타락한 천사로 보는 견해가 있고 셋의 경건한 계보로 보는 견해가 있다. 본문 자체는 그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네피림이라는 낱말
네피림은 흔히 거인으로 옮겨진다. 히브리어 낱말의 정확한 뜻은 분명하지 않으며 떨어지다라는 어근과 이어 보는 설명이 있다. 성경은 그들의 기원이나 최후를 따로 서술하지 않는다. 그때에 땅에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있었다는 진술이 전부다 (창 6:4).
용사요 명성 있는 사람들
본문은 그들에게서 난 자녀를 용사라 하고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이라 부른다 (창 6:4). 힘과 이름을 함께 가진 자들이었다는 뜻이다.
이 서술 바로 다음에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하고 그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여호와께서 보셨다는 문장이 온다 (창 6:5). 명성과 폭력이 나란히 놓인다.
백이십 년이라는 기한
이 대목 가운데 하나님의 선언이 끼어 있다.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창 6:3). 이 백이십 년을 사람의 수명 한계로 읽는 견해가 있고 홍수까지 남은 유예 기간으로 읽는 견해가 있다.
홍수 이후의 언급
네피림이라는 이름은 민수기 13장에 다시 나온다.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온 열 사람은 거기서 네피림 곧 아낙 자손을 보았고 자기들이 스스로 메뚜기 같았다고 보고했다 (민 13:33). 신명기는 아낙 사람을 르바임 족속과 함께 키가 큰 백성으로 소개한다 (신 2:10-11). 여호수아는 산지에서 아낙 사람을 끊었다고 기록한다 (수 11:21-22).
주변 문화의 거인 이야기와의 거리
고대 근동에는 신과 사람 사이에서 난 반신 영웅 이야기가 흔했다. 창세기는 그런 존재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네피림은 이름만 남기고 곧바로 심판 기사 안으로 흡수된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자리를 성경은 타락의 징후로 다룬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네피림 기사는 홍수가 왜 왔는지를 설명하는 도입부 구실을 한다. 하나님은 노아 한 사람과 그 집을 남기시고 땅을 씻으셨다. 신약은 홍수 이전 세대를 심판의 실례로 든다 (벧후 2:4-5). 유다서도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않은 천사들을 같은 문맥에서 언급한다 (유 1:6).
마무리
네피림을 다루는 본문은 네 절뿐이다. 성경은 그들의 정체를 해명하는 대신 그 시대의 상태를 기록한다. 궁금증은 남은 채로 이야기는 노아에게 넘어간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6:1-2 —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 창세기 6:3 —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 창세기 6:4 — 그때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있었으니
- 창세기 6:5 —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 마음의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 민수기 13:33 —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을 보았나니
- 베드로후서 2:4-5 — 옛 세상을 용서하지 아니하시고 노아와 일곱 식구를 보존하셨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