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글라
디글라는 창세기 10장 민족 목록에 나오는 이름이다. 셈의 후손 에벨에게서 난 욕단의 열세 아들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이름은 종려나무 숲이나 대추야자 송이를 뜻하는 셈어 어근에서 왔다고 본다. 역대상 1장의 족보도 같은 목록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욕단의 후손들은 대체로 아라비아 반도 남쪽에 자리 잡은 무리로 여겨진다. 함께 나열된 스바와 오빌은 향료와 금의 교역으로 알려진 이름이다. 사건 없이 이름만 남았지만 흩어진 민족의 지도를 그리는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디글라는 창세기 10장의 민족 목록에 한 번 등장하고 역대상 족보에 한 번 더 나온다. 홍수 이후 사람들이 어떻게 갈라져 퍼졌는지 보여 주는 명단의 한 줄이다. 개인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한 무리와 그들이 살던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읽힌다.
셈에서 욕단으로 이어지는 줄기
창세기 10장은 노아의 세 아들에게서 갈라져 나온 민족들을 차례로 적는다. 셈의 줄기에서 에벨이 나오고 에벨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 하나가 벨렉이고 다른 하나가 욕단이다. 벨렉의 때에 세상이 나뉘었다고 창세기 10장 25절은 적는다. 디글라는 벨렉이 아니라 욕단 쪽 계열에 속한다.
욕단의 아들 목록
창세기 10장 26절에서 29절은 욕단의 아들들을 한 줄로 늘어놓는다. 알모닷과 셀렙과 하살마웻과 예라와 하도람과 우살과 디글라와 오발과 아비마엘과 스바와 오빌과 하윌라와 요밥이다. 디글라는 그 가운데 일곱째 자리에 놓인다.
역대상 1장 20절에서 23절도 같은 순서로 같은 이름들을 옮긴다. 두 기록이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명단은 이른 시기부터 고정돼 전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름이 담은 뜻
디글라라는 이름은 종려나무 숲 또는 대추야자 송이를 뜻하는 셈어 어근과 이어진다. 대추야자는 고대 근동에서 주식에 가까운 열매였다. 종려나무는 열매만이 아니라 건축 자재와 엮는 재료까지 내주었다. 이름 자체가 그 무리가 어떤 땅에서 무엇으로 살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아라비아 남부와의 연결
욕단의 후손들은 전통적으로 아라비아 반도와 묶여 왔다. 같은 목록에 오른 스바와 오빌과 하윌라가 금과 향료의 산지로 알려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디글라의 위치를 확정할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지금의 예멘이나 오만 일대를 후보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 지역은 유향과 향신료 교역로가 지나던 곳이었다.
족보가 놓인 자리
민족 목록은 단순한 이름의 나열이 아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이 실제로 이루어진 모습을 보여 준다 (창 9:1). 흩어진 무리가 서로 다른 언어와 땅을 갖게 됐으나 출발점은 하나였다. 디글라 같은 이름은 그 흩어짐의 폭을 보여 주는 표지로 남았다.
마무리
디글라를 두고 성경이 전하는 사건은 없다. 그러나 이름 하나가 남긴 정보는 적지 않다. 셈의 계열이라는 위치와 아라비아 남부라는 무대와 종려나무가 자라던 땅이라는 배경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창세기 10장은 이런 이름을 일흔 개 넘게 모아 홍수 이후 세계의 지도를 그린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0:25 — 에벨이 두 아들을 낳고 하나의 이름을 벨렉이라 하니 그때에 세상이 나뉘었음이라
- 창세기 10:26-29 — 욕단이 알모닷과 셀렙과 하살마웻과 디글라 등을 낳다
- 역대상 1:20-23 — 욕단의 아들 목록을 같은 순서로 다시 적다
- 창세기 9:1 —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