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우엘
출애굽기 2장은 모세에게 딸 십보라를 준 미디안 제사장을 르우엘이라 부른다. 그런데 3장부터는 같은 사람이 이드로로 나온다. 르우엘은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이며 에서의 아들 가운데도 같은 이름이 있다. 그는 우물가에서 만난 도망자를 집에 들였고 사십 년 뒤 광야 진영으로 찾아와 여호와를 모든 신보다 크신 분으로 고백했다. 모세가 홀로 백성을 재판하는 모습을 보고는 천부장과 백부장을 세우라고 권했다. 이스라엘의 사법 조직은 언약 백성 밖에 서 있던 이 사람의 조언에서 시작되었다.
출애굽기 2장에서 모세에게 딸을 준 미디안 제사장의 이름은 르우엘이다. 그런데 다음 장부터 같은 사람이 이드로로 불린다. 이름이 둘인 사정부터 정리하면 이야기가 풀린다.
이름의 뜻과 두 사람의 르우엘
르우엘은 하나님의 친구라는 뜻이다. 성경에는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둘 나온다. 하나는 에서와 바스맛 사이에서 난 아들이다 (창 36:4). 이삭의 손자이며 에돔 족장들의 조상이 되었다. 다른 하나는 미디안의 제사장이며 모세의 장인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계보에 속한다.
우물가에서 만난 손님
모세가 애굽을 떠나 미디안으로 도망한 뒤 우물 곁에 앉았다. 제사장의 딸 일곱이 양 떼에게 물을 먹이러 왔다가 목자들에게 쫓겼다. 모세가 그들을 도와 물을 길어 주었다. 아버지가 딸들에게 묻자 “한 애굽 사람이 우리를 목자들의 손에서 건져내고”라고 답한다 (출 2:19). 르우엘은 그를 불러들여 함께 살게 하고 딸 십보라를 아내로 주었다 (출 2:21).
르우엘인가 이드로인가
출애굽기 2장 18절은 그를 르우엘이라 부르고 3장 1절은 이드로라 부른다. 민수기 10장 29절은 르우엘을 다시 모세의 장인으로 언급한다. 이드로가 제사장의 직함이나 존칭이고 르우엘이 본명이라는 설명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 사람이 이름과 칭호를 함께 지니는 일은 고대 근동에서 드물지 않았다. 성경은 이 차이를 해명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광야에서 다시 만난 장인
출애굽 이후 이드로는 십보라와 두 손자를 데리고 시내산 근처 진영으로 모세를 찾아온다. 모세가 여호와께서 하신 일을 들려주자 그는 기뻐하며 말한다. “이제 내가 알았도다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므로” (출 18:11). 그리고 번제와 희생을 하나님께 드리고 아론과 장로들과 함께 음식을 먹었다 (출 18:12). 이스라엘 밖의 사람이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장면이다.
재판 제도를 세운 조언
이튿날 이드로는 모세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홀로 백성을 재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이 방식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능력 있고 진실하며 뇌물을 미워하는 사람을 뽑아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으로 세우라고 권했다 (출 18:21).
큰 일만 모세가 맡고 작은 일은 그들이 판결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모세는 장인의 말을 듣고 그대로 행했다. 이스라엘의 사법 조직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미디안 사람 르우엘의 자리
미디안 족속은 아브라함과 그두라 사이에서 난 미디안의 후손이다 (창 25:2). 홍해 동편을 옮겨 다니며 살던 유목민이었다. 뒷날 이스라엘과 미디안은 여러 차례 충돌한다. 그러나 르우엘의 집안은 다르다. 그 자손인 겐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함께 가나안에 들어가 유다 자손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삿 1:16).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르우엘은 언약 백성 밖에 서 있던 사람이다. 그런데 모세를 거두었고 여호와를 높였고 이스라엘의 재판 제도가 세워지는 데 손을 보탰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이스라엘 진영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았음을 성경은 이런 인물들로 보여 준다. 멜기세덱과 욥도 같은 자리에 놓인다.
마무리
르우엘의 기록은 길지 않다. 우물가의 호의와 광야의 조언 두 장면이 거의 전부다. 그러나 그 두 장면이 없었다면 모세의 미디안 사십 년도 이스라엘의 재판 제도도 지금 읽는 모습과 달랐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6:4 — 바스맛은 르우엘을 낳았고
- 출애굽기 2:18-21 — 모세가 그와 동거하기를 기뻐하매 십보라를 아내로 주었더니
- 출애굽기 3:1 — 모세가 그의 장인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의 양 떼를 치더니
- 출애굽기 18:11-12 — 여호와는 모든 신보다 크시므로
- 출애굽기 18:21 — 능력 있는 사람들을 살펴 백성 위에 세워
- 사사기 1:16 — 모세의 장인은 겐 사람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