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지명이야기

르하빔

르하빔은 창세기 10장의 열국 목록에 한 번 나오는 이름이다. 함의 아들 미스라임에게서 나온 일곱 족속 가운데 하나로 적힌다. 미스라임은 애굽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르하빔도 애굽 주변에 살던 무리로 본다. 학자들은 대체로 이 이름을 애굽 서쪽의 리비아 사람과 연결한다. 성경은 르하빔의 역사나 행적을 따로 적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이름이 목록에 남은 까닭이 있다. 홍수 이후 사람이 온 땅에 퍼진 과정을 보여 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역대하가 언급하는 룹 사람과 같은 계열로 보는 견해도 있다.

창세기 10장을 읽다가 르하빔이라는 낯선 이름을 만나면 잠시 멈추게 된다. 성경 전체에서 이 이름은 열국 목록과 그 목록을 옮긴 역대상 1장에만 나온다. 짧은 언급이지만 자리는 분명하다.

열국 목록에서의 위치

창세기 10장은 노아의 세 아들에게서 나온 족속을 정리한 목록이다. 흔히 열국 목록이라 부른다. 셈과 함과 야벳의 후손이 각각 어느 지역으로 퍼졌는지 이름으로 보여 준다.
르하빔은 함의 계보에 놓인다. 창세기 10장 6절은 함의 아들을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으로 적고 그 아래에서 다시 갈래가 나뉜다.

미스라임의 후손

창세기 10장 13절과 14절은 미스라임이 루딤과 아나밈과 르하빔과 납두힘과 바드루심과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다고 말한다. 블레셋 사람이 가슬루힘에게서 나왔다는 설명도 여기에 붙는다.
미스라임은 히브리어에서 애굽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따라서 르하빔은 나일강 유역과 그 인접 지역에 자리 잡은 무리로 읽힌다. 이름들이 모두 복수형 어미를 갖는 점도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가리킨다는 근거가 된다.

리비아 사람과의 연결

많은 주석은 르하빔을 애굽 서쪽 사막 지대의 리비아 사람으로 본다. 애굽 기록에 나오는 리부라는 이름과 소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룹 사람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역대하 12장 3절은 애굽 왕 시삭이 예루살렘을 치러 올라올 때 룹 사람과 숙 사람과 구스 사람을 데리고 왔다고 적는다. 역대하 16장 8절도 구스 사람과 룹 사람을 함께 언급한다. 같은 계열의 이름으로 보는 견해가 여기에 기댄다.

성경이 이 이름을 남긴 방식

성경은 르하빔의 왕이나 성읍이나 전쟁을 말하지 않는다. 이름 하나만 남기고 지나간다.
열국 목록의 성격이 그렇다. 이 목록은 각 족속의 역사를 쓰려는 글이 아니라 홍수 이후 사람이 어디까지 퍼졌는지 지도처럼 보여 주려는 글이다. 르하빔은 그 지도의 서남쪽 끝을 표시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창세기 9장 1절에서 하나님은 노아와 그 아들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말씀하셨다. 창세기 10장은 그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진 결과를 이름으로 나열한 목록이다. 르하빔도 그 결과의 한 조각이다.
사도행전 17장 26절은 하나님이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그 연대와 거주의 경계를 정하셨다고 말한다. 열국 목록이 전제하는 인류의 한 뿌리를 신약이 다시 확인한 셈이다. 오순절에 모인 무리 가운데 애굽과 구레네 근방 리비아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도행전 2장 10절의 기록도 이 지역이 성경 이야기와 계속 맞닿아 있음을 보여 준다.

마무리

르하빔은 성경에서 두 번 이름만 불린다. 그 이상은 알려지지 않는다. 다만 이 이름이 놓인 자리는 홍수 이후 인류가 흩어진 큰 그림 안에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9:1 —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 창세기 10:6 — 함의 아들은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과 가나안이요
  • 창세기 10:13-14 — 미스라임은 루딤과 아나밈과 르하빔과 납두힘을 낳았고
  • 역대하 12:3 — 애굽에서 그와 함께 온 백성은 룹 사람과 숙 사람과 구스 사람이라
  • 사도행전 2:10 — 애굽과 및 구레네에 가까운 리비아 여러 지방
  • 사도행전 17:26 — 인류의 모든 족속을 한 혈통으로 만드사 온 땅에 살게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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