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 성문
창세기 19장은 두 천사가 저녁에 소돔에 이르렀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때 롯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 고대 근동에서 성문은 드나드는 통로만이 아니었다. 장로들이 모여 재판하고 계약을 맺고 거래를 마무리하던 자리였다. 롯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기록은 그가 소돔의 공적 생활에 들어가 있었음을 알려 준다. 그는 나그네를 알아보고 일어나 절하며 자기 집으로 청했다. 그러나 그날 밤 성 사람들이 그 집을 에워쌌다. 성문에 앉던 사람의 말은 정작 그 성읍 안에서 힘을 잃었다. 롯은 결국 천사들의 손에 이끌려 성 밖으로 나온다.
창세기 19장 1절의 짧은 구절 하나가 롯의 처지를 요약한다. 그가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는 기록이다. 성문이 어떤 곳이었는지 알면 이 문장의 무게가 달라진다.
고대 성읍의 성문
성벽으로 둘러싼 도시에서 성문은 유일한 출입구였다. 구조도 단순하지 않아 방과 의자가 딸린 통로 형태였다.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가는 곳이었으므로 자연히 모임터가 됐다. 그늘이 지고 바람이 통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재판과 거래가 이루어지던 자리
성문은 법정 구실을 했다. 장로들이 여기 앉아 다툼을 판결하고 증인을 세웠다. 룻기 4장에서 보아스가 기업 무를 자를 불러 세우고 열 사람을 증인으로 삼은 곳도 성문이다. 신명기 21장 19절은 부모가 자식을 성문의 장로들에게 데려가라고 규정한다. 아모스 5장 15절은 성문에서 정의를 세우라고 촉구한다. 상거래와 곡식 매매도 같은 자리에서 이루어졌다.
성문에 앉은 롯
창세기 19장 1절은 두 천사가 저녁에 소돔에 이르렀고 롯이 소돔 성문에 앉아 있었다고 적는다. 앉아 있었다는 표현은 잠시 머물렀다는 뜻이 아니다. 성읍의 일에 참여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말이다. 창세기 13장에서 장막을 소돔까지 옮겼던 사람이 이제 성문의 자리까지 들어갔다.
그날 저녁의 접대
롯은 나그네를 보고 일어나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다. 그는 밤을 거리에서 지내겠다는 두 사람을 굳이 자기 집으로 청했다. 무교병을 구워 대접했다는 기록이 이어진다. 아브라함이 마므레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손님을 맞은 장면과 나란히 놓인다. 소돔에서 나그네를 재우는 일이 어떤 뜻인지 롯은 알고 있었다.
성문의 권위가 통하지 않던 밤
그날 밤 성 사람들이 노소를 막론하고 몰려와 집을 에워쌌다. 그들은 손님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롯이 문 밖으로 나가 말리자 그들은 “이 자가 들어와 거류하면서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하며 밀어붙였다(창 19:9). 성문에 앉던 사람의 말이 정작 성문 안에서 힘을 잃었다. 천사들이 그를 끌어들이고 문을 닫았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성문은 사람이 판단을 내리는 자리였다. 소돔에서는 그 자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창세기 18장 20절은 소돔의 부르짖음이 크다고 말하며 하나님의 심판이 조사 뒤에 내려짐을 보여 준다. 베드로후서 2장 7절부터 8절은 롯을 무법한 자들의 행실로 고통받던 의로운 사람이라 부른다. 그는 그 성읍을 바로잡지 못했고 결국 손에 이끌려 나왔다(창 19:16).
마무리
소돔의 위치를 놓고는 여전히 논의가 이어지며 사해 북동쪽 텔 엘함맘 같은 후보지가 거론된다. 발굴된 성읍들은 성경이 그리는 성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롯이 앉아 있던 자리는 도시의 중심이었으나 그를 지켜 주지는 못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9:1 — 저녁 때에 두 천사가 소돔에 이르니 롯이 성문에 앉았다가
- 창세기 19:9 — 이 자가 들어와 거류하면서 우리의 법관이 되려 하는도다
- 창세기 19:16 — 여호와께서 그에게 자비를 더하사 손을 잡아 이끌어 내니라
- 창세기 18:20 — 소돔과 고모라를 향한 부르짖음이 크고
- 룻기 4:1 — 보아스가 성문으로 올라가서 거기 앉았더니
- 아모스 5:15 — 성문에서 정의를 세울지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