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땅의 언어가 하나였을 때
홍수 뒤 온 땅의 언어는 하나였고 말도 하나였다. 사람들은 동쪽으로 옮겨 가다 시날 평지를 만나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벽돌과 역청을 마련해 성읍과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쌓기로 한다.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자는 것이 그들의 말이었다. 여호와께서 내려와 보시고 언어를 뒤섞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 공사는 멈췄고 사람들은 온 지면에 흩어졌으며 그 성읍 이름은 바벨이 되었다. 흩어짐을 면하려던 계획이 흩어짐으로 끝난 셈이다. 신약은 오순절의 방언 사건을 바벨의 반대편에 놓고 읽는다.
창세기 11장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였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앞장인 10장은 이미 여러 족속과 방언을 열거한 뒤다. 11장은 그 갈라짐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거슬러 올라가 설명한다.
하나였던 말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다(창 11:1). 말이 통한다는 것은 계획을 함께 세우고 큰 공사를 벌일 수 있다는 뜻이다. 홍수 이후 노아의 세 아들에게서 나온 자손이 늘어 가던 때였다. 하나님은 이미 이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하셨다(창 9:1).
시날 평지에 자리 잡다
사람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했다(창 11:2). 시날은 뒷날 바벨론이 자리 잡는 지역이다. 그들은 서로 말한다.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는 것이었다. 돌 대신 벽돌을 쓰고 진흙 대신 역청을 썼다(창 11:3). 돌이 귀한 충적 평야에서 쓰던 실제 건축 방식이 그대로 적혀 있다.
성읍과 탑을 쌓은 이유
그들의 말은 분명했다.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자는 것이었다. 목적은 두 가지다.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는 것이었다(창 11:4). 두 번째 목적은 하나님이 주신 명령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땅에 퍼지라는 말씀 앞에서 그들은 한곳에 뭉치려 했다.
여호와께서 내려오시다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창 11:5). 하늘에 닿게 하겠다던 탑을 보시려 내려오셨다는 표현에는 대비가 담겨 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라 하셨다(창 11:6). 그래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고 하신다(창 11:7).
흩어짐과 바벨이라는 이름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고 그들이 성읍 쌓기를 그쳤다(창 11:8). 그 이름을 바벨이라 했는데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기 때문이다(창 11:9). 흩어짐을 면하려던 계획이 흩어짐으로 끝났다. 심판이면서 동시에 땅에 충만하라는 본래 명령이 이루어진 자리다. 바벨은 이후 성경에서 하나님을 거스르는 인간 권력의 이름으로 되풀이해 등장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사도행전 2장은 바벨의 반대편에 선다. 오순절에 성령이 임하자 제자들이 여러 나라 말로 말했고 각 사람이 자기 방언으로 하나님의 큰일을 들었다(행 2:6-11). 언어가 흩어 놓았던 사람들이 복음 앞에서 다시 모인다. 요한계시록은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나온 큰 무리가 함께 서 있는 장면을 보여 준다(계 7:9). 언어의 다양함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남은 채 한 찬양으로 모인다.
마무리
바벨 이야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벽돌과 역청은 그 시대가 이룬 성과였다. 문제는 그 힘을 이름을 내는 데 쓰고 하나님의 말씀을 피하는 데 쓴 것이었다. 창세기는 이 사건 바로 뒤에 아브람을 부르며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겠다고 하신다(창 12:2).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1:1 —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 창세기 11:4 —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 창세기 11:7 —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 창세기 11:9 —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 사도행전 2:6 — 각 사람이 자기의 방언으로 말하는 것을 듣고
- 요한계시록 7:9 —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아무도 능히 셀 수 없는 큰 무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