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 허락
창세기 1장 29절에서 하나님은 씨 맺는 채소와 열매를 사람의 양식으로 주셨다. 홍수가 끝난 뒤 노아에게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먹을거리로 허락된다(창 9:3). 다만 피째 먹지 말라는 단서가 붙었다. 피가 곧 생명이기 때문이다. 모세 율법은 여기에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의 구분을 더했다. 예수는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바울은 먹는 문제를 사랑과 양심의 문제로 다시 놓았다. 성경의 식탁 규정은 채소에서 고기로 넓어졌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열린다.
창세기 9장 3절은 사람의 먹거리가 바뀌는 지점이다. 홍수 이전에 주어진 양식은 채소와 열매였다. 물이 빠진 뒤 노아와 그 아들들은 짐승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창조 때 주어진 양식
창세기 1장 29절에서 하나님은 온 지면의 씨 맺는 모든 채소와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사람에게 주셨다. 같은 장 30절은 짐승과 새에게 푸른 풀을 양식으로 주셨다고 적는다. 창조 기사에서 사람이 짐승을 잡아먹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에덴의 질서는 서로를 해치지 않는 상태였다.
홍수 뒤의 허락
방주에서 나온 노아는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렸다. 하나님은 다시는 물로 땅을 멸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며 새 규정을 주셨다.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창 9:3). 사람과 짐승 사이에 두려움이 놓인다는 말도 함께 있다(창 9:2).
피를 금한 이유
허락에는 단서가 붙었다. 고기를 그 생명 되는 피째 먹지 말라는 명령이다(창 9:4). 피는 생명을 뜻하며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다. 레위기 17장 11절은 육체의 생명이 피에 있고 그 피가 속죄한다고 밝힌다.
이 규정은 이스라엘 안에서만 지켜진 것이 아니다. 사도행전 15장 20절에서 예루살렘 공의회는 이방인 신자에게도 피를 멀리하라고 권했다.
율법이 나눈 정결과 부정
레위기 11장과 신명기 14장은 먹을 수 있는 짐승과 먹지 못할 짐승을 갈라 놓았다.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하는 짐승은 먹고 비늘과 지느러미 없는 물고기는 먹지 않았다. 이 규정은 위생 지침이라기보다 이스라엘을 다른 민족과 구별하는 표지였다. 식탁의 경계가 곧 언약 백성의 경계 노릇을 했다.
신약이 연 자리
마가복음 7장 18절과 19절에서 예수는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이 그를 더럽게 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마가는 여기에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셨다는 설명을 붙였다. 사도행전 10장에서 베드로는 각종 짐승이 담긴 보자기 환상을 본다.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 하지 말라는 음성이 이방인 선교의 문을 열었다.
양심과 사랑의 문제
고린도전서 8장과 로마서 14장에서 바울은 우상에게 바친 고기를 다룬다. 우상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형제의 양심이 상한다면 먹지 않겠다고 그는 말한다. 로마서 14장 17절은 하나님의 나라가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선언한다. 먹거리 문제는 규정에서 사랑의 판단으로 옮겨졌다.
마무리
성경의 식탁 규정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채소에서 고기로 넓어지고 정결 규정으로 좁아졌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열린다. 그 흐름 내내 바뀌지 않은 것은 생명이 하나님께 속한다는 전제다. 먹는 자유는 감사와 절제 위에서만 자유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9 — 씨 맺는 채소와 열매를 양식으로 주다
- 창세기 9:3-4 — 산 동물을 먹되 피째 먹지 말라
- 레위기 11:2-3 —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나누다
- 마가복음 7:18-19 —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못한다
- 사도행전 10:15 —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 하지 말라
- 로마서 14:17 — 하나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