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강
나일은 애굽을 먹이던 강이다. 해마다 넘친 물이 기름진 흙을 들에 남겼고 그 위에서 곡식이 자랐다. 바로는 소 일곱 마리가 강에서 올라오는 꿈을 꾸었고 요셉은 그것을 풍년과 흉년으로 풀었다. 모세는 갈대 상자에 담겨 이 강가에서 건져졌다. 열 재앙의 첫 순서도 나일이었으며 물이 피로 변해 고기가 죽고 악취가 났다. 이사야와 에스겔은 마르는 강과 강 속의 큰 짐승으로 애굽의 몰락을 말한다. 성경에서 나일은 풍요와 심판을 함께 실어 나른다. 모세가 건져진 물이자 애굽이 처음 무너진 물이다.
출애굽기를 읽다 보면 첫 재앙이 왜 하필 강에서 시작되는지 걸린다. 나일은 애굽의 물이자 곡식이자 신이었다. 그 강이 피로 변하는 순간 애굽이 무엇을 잃는지가 드러난다.
애굽을 먹이던 강
나일은 아프리카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긴 강이다. 해마다 물이 넘쳐 기름진 흙을 들에 남겼고 그 위에서 곡식이 자랐다. 성경은 이 강을 흔히 그 강 또는 애굽의 하수라 부른다. 애굽의 부와 인구가 이 물길 하나에 매여 있었다.
바로의 꿈에 나온 강
창세기 41장에서 바로는 강가에 서 있는 꿈을 꾼다. 살지고 아름다운 소 일곱 마리가 강에서 올라오고 뒤이어 흉하고 파리한 소 일곱 마리가 올라온다 (창 41:1-4).
요셉은 이를 풍년 일곱 해와 흉년 일곱 해로 풀었다. 애굽 사람에게 강에서 소가 올라오는 장면은 그해 농사의 형편을 뜻했다.
갈대 상자와 모세
바로는 히브리 사내아이가 나거든 나일에 던지라 명했다 (출 1:22). 모세의 어머니는 갈대 상자에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해 아이를 담고 강가 갈대 사이에 두었다 (출 2:3). 목욕하러 내려온 바로의 딸이 상자를 보고 아이를 데려다 길렀다 (출 2:5-10). 아이를 삼키려던 강이 아이를 살리는 자리가 되었다.
피로 변한 물
첫 재앙은 나일에서 일어난다. 모세가 지팡이를 들어 강물을 치니 물이 다 피로 변했다 (출 7:20). 물고기가 죽고 강에서 악취가 나 애굽 사람이 그 물을 마시지 못했다 (출 7:21). 사람들은 강가를 파서 마실 물을 구했다. 나일을 신으로 섬기던 나라에서 그 강이 가장 먼저 손상되었다.
선지자들이 말한 나일
이사야는 애굽을 두고 바닷물이 없어지고 강이 잦아들어 마르며 갈대와 부들이 시들리라고 했다 (사 19:5-7). 물이 마르면 어부와 삼베 짜는 자가 함께 무너진다.
에스겔은 바로를 강 가운데 누운 큰 악어에 비긴다. 내 강은 내 것이라 내가 나를 위하여 만들었다 하는 자라고 기록한다 (겔 29:3). 강을 소유했다는 자부가 심판의 이유로 지목된다.
애굽 종교와 맞물린 자리
애굽 사람에게 나일의 범람은 신들의 일이었다. 범람을 관장한다고 여긴 신의 이름까지 따로 있었다. 첫 재앙이 강을 친 것은 그 믿음이 서 있던 자리를 정면으로 겨눈 셈이다. 열 재앙 전체가 애굽이 섬기던 대상을 하나씩 지나간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나일은 애굽의 힘을 대표하는 강이다. 성경은 그 강을 하나님이 다루시는 대상으로 그린다. 강이 풍요를 내는 것도 강이 마르는 것도 애굽의 신이 아니라 여호와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 출애굽기와 선지서가 함께 말하는 내용이다.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애굽을 의지하지 말라는 경고를 거듭 듣는다 (사 31:1).
마무리
나일은 성경에서 생명과 심판을 동시에 실어 나르는 강이다. 모세가 건져진 물이자 애굽이 처음 무너지기 시작한 물이다. 애굽이 등장하는 대목을 읽을 때 이 강을 따라가면 흐름이 잡힌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41:1-3 — 바로가 꿈에 본즉 자기가 나일 강 가에 서 있는데
- 출애굽기 1:22 — 아들이 태어나거든 너희는 그를 나일 강에 던지고
- 출애굽기 2:3-5 — 갈대 상자를 가져다가 역청과 나무 진을 칠하고
- 출애굽기 7:20-21 — 지팡이를 들어 나일 강을 치니 강물이 다 피로 변하고
- 이사야 19:5-7 — 강이 잦아들고 마르므로 갈대와 부들이 시들며
- 에스겔 29:3 — 나일 강 가운데에 누운 큰 악어여 내 강은 내 것이라 하는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