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재회
성경은 헤어졌던 사람들이 다시 만나는 장면을 여러 번 자세히 적는다. 요셉은 자기를 판 형들 앞에서 소리 내어 울며 신분을 밝혔다. 에서는 이십 년 만에 돌아온 야곱에게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췄다. 누가복음의 아버지는 멀리서 아들을 보고 달려가 안았다. 다윗은 반역하다 죽은 압살롬을 부르며 통곡했다. 바울과 에베소 장로들도 무릎 꿇어 기도한 뒤 목을 안고 울었다. 이 장면들은 용서와 회복이 어떤 모습인지를 말보다 몸짓으로 보여준다. 상한 쪽이 먼저 다가섰다는 점이 모두 같다.
성경은 감정을 아끼는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재회 장면만은 예외다. 우는 소리와 껴안는 몸짓이 구체적으로 기록된다.
요셉이 형들에게 신분을 밝히던 날
창세기 45장에서 요셉은 더 참지 못하고 좌우에 선 자들을 물러가게 했다. 그리고 소리를 높여 울었는데 애굽 사람과 바로의 궁중에까지 들렸다.
그는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라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고 말했다. 형들은 놀라 대답하지 못했다. 요셉은 근심하지 말고 한탄하지 말라며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하나님이 나를 먼저 보내셨다고 덧붙였다(창 45:5). 그는 베냐민의 목을 안고 울었고 형들과 입 맞추며 울었다.
야곱과 에서의 들판
야곱은 형의 축복을 가로챈 뒤 이십 년을 밖에서 살았다. 돌아오는 길에 에서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밤새 씨름하며 축복을 구했고 절뚝이며 형을 맞으러 나갔다.
창세기 33장 4절은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입 맞추고 서로 울었다고 적는다. 오랜 분노가 그 자리에서 풀렸다. 야곱은 형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의 얼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달려간 길
누가복음 15장의 비유에서 작은아들은 재산을 다 써 버리고 돌아온다. 아버지는 아직 거리가 먼데 아들을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췄다.
아들이 준비한 사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버지는 제일 좋은 옷과 가락지와 신을 내오라 했다.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잃었다가 얻었다는 말로 잔치를 열었다(눅 15:24).
다윗과 압살롬
모든 재회가 기쁨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압살롬은 아버지에게 반역했고 전투에서 죽었다. 소식을 들은 다윗은 성문 위 방으로 올라가 울었다.
사무엘하 19장 4절은 다윗이 얼굴을 가리고 내 아들 압살롬아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고 크게 부르짖었다고 적는다. 이기고 돌아온 군대는 그 울음 때문에 도둑처럼 성에 들어왔다. 화해할 기회를 잃은 자리의 슬픔이 그대로 남았다.
바울과 에베소 장로들
사도행전 20장에서 바울은 밀레도로 에베소 장로들을 불러 마지막 권면을 했다. 다시는 내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는 말이 그들을 무너뜨렸다.
말을 마친 뒤 그는 무릎을 꿇고 함께 기도했다. 사람들이 다 크게 울며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췄다. 여기서는 만남과 이별이 한자리에 겹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장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다가간 쪽이 대개 잘못을 당한 편이다. 요셉이 형들을 안았고 에서가 야곱에게 달려갔으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뛰어갔다.
고린도후서 5장 18절은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우리를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직분을 주셨다고 말한다. 성경이 그리는 화해는 잘못한 쪽이 값을 다 치른 뒤에 시작되지 않는다. 상한 쪽이 먼저 움직인다.
마무리
성경의 재회 장면은 설명이 짧고 몸짓이 길다. 목을 안았다 입을 맞췄다 소리 내어 울었다는 말이 반복된다. 화해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반복이 보여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3:4 —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입 맞추고 서로 울고
- 창세기 45:4 — 나는 당신들의 아우 요셉이니 당신들이 애굽에 판 자라
- 창세기 45:5 —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먼저 보내셨나이다
- 사무엘하 19:4 — 내 아들 압살롬아 압살롬 내 아들아
- 누가복음 15:20 —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 사도행전 20:37 — 다 크게 울며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