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땅이 물로 덮이다

성경은 땅이 물로 덮인 장면을 여러 자리에서 그린다. 창세기 1장 2절의 깊음은 아직 질서가 서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셋째 날 하나님은 물을 한곳에 모으고 뭍을 드러내셨다. 홍수 때에는 그 경계가 풀려 높은 산까지 잠겼다. 반면 시편은 산에 물을 부으시는 은혜를 노래하고 하박국은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할 날을 말한다. 요한계시록은 새 땅에 바다가 없다고 적는다. 혼돈을 뜻하던 물이 끝내 자리를 잃는 그림이다. 같은 표현이라도 놓인 자리가 그 뜻을 정한다.

성경은 땅이 물로 덮인 장면을 한 번만 그리지 않는다. 창조 기사에도 있고 홍수 기사에도 있으며 예언서의 그림 언어에도 있다. 같은 표현이 놓인 자리에 따라 혼돈과 심판과 충만이라는 서로 다른 뜻을 지닌다.

창조 이전의 깊은 물

창세기 1장 2절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었다고 적는다.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셨다. 이 단계의 땅은 아직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다. 물이 덮여 있다는 말이 곧 질서 이전을 가리킨다.

물을 나누고 뭍을 드러내다

셋째 날 하나님은 천하의 물을 한곳으로 모으고 뭍이 드러나게 하셨다 (창 1:9-10). 덮고 있던 것이 물러나면서 사람이 살 땅이 생겼다. 창조는 없던 것을 지으시는 일이면서 동시에 경계를 세우시는 일이었다. 물은 사라지지 않고 자기 자리를 받았다.

홍수가 다시 땅을 덮다

사람의 악이 가득했을 때 하나님은 그 물을 되돌려 보내셨다. 창세기 7장 19절과 20절은 물이 불어나 천하의 높은 산이 다 덮이고 십오 규빗이 넘었다고 기록한다. 셋째 날에 세워진 경계가 풀린 셈이다.
홍수는 창조를 되감는 심판이었다. 동시에 노아와 그 가족에게서 새 출발이 시작되는 자리이기도 했다.

덮음이 은혜가 되는 자리

물이 땅을 적시는 일이 늘 심판인 것은 아니다. 시편 104편 13절과 14절은 하나님이 다락에서 산에 물을 부으시고 땅이 그 열매로 만족한다고 노래한다. 가축을 위한 풀과 사람을 위한 채소가 거기서 나온다. 같은 물이 살림의 수단이 된다.

예언이 그리는 충만

선지자들은 이 그림을 뒤집어 쓴다. 하박국 2장 14절은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리라고 말한다. 이사야 11장 9절도 같은 표현으로 거룩한 산에서 해됨도 상함도 없는 날을 그린다. 덮는다는 말이 심판에서 충만으로 옮겨 간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물이 덮인 장면들은 하나님이 창조와 심판과 회복 모두에서 주권을 쥐고 계심을 드러낸다. 베드로는 옛 세상이 물에 잠긴 일을 들어 지금의 하늘과 땅이 불로 심판받을 날을 말한다 (벧후 3:5-7). 요한계시록 21장 1절은 새 하늘과 새 땅에 바다도 다시 있지 않다고 적는다. 혼돈을 뜻하던 물이 끝내 자리를 잃는 그림이다.

마무리

땅이 덮였다는 한 문장은 성경 안에서 고정된 뜻을 지니지 않는다. 창조 이전에는 혼돈이고 홍수에서는 심판이며 예언에서는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 상태다. 어떤 물이 무엇을 덮는가에 따라 방향이 갈린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 —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 창세기 1:9-10 — 뭍이 드러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
  • 창세기 7:19-20 — 물이 불어서 천하의 높은 산이 다 잠겼더니
  • 시편 104:13-14 — 주의 누각에서 산에 물을 부으시니
  • 하박국 2:14 —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하리라
  • 요한계시록 21:1 —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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