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벗은 몸을 가림

성경에서 몸을 가리는 일은 옷차림 문제로만 다뤄지지 않는다. 아담과 하와는 벌거벗었으나 처음에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죄를 지은 뒤 눈이 밝아지자 그들은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엮었다. 하나님은 그 자리에서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 율법은 제사장에게 몸을 가릴 속바지를 입히고 친족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고 규정했다. 선지자들은 벗김을 심판의 표현으로 썼고 다시 입히심을 회복의 표현으로 썼다. 신약은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는 말로 이 주제를 마무리한다.

성경은 벗은 몸을 자주 언급한다. 그러나 초점은 노출 자체가 아니라 무엇이 드러나느냐에 있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가림과 벗김이 짝을 이루어 반복된다.

에덴에서 시작된 부끄러움

창세기 2장 25절은 아담과 그의 아내가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였다고 기록한다. 가릴 것이 없다는 사실이 문제되지 않던 상태다. 선악과를 먹은 뒤 그들의 눈이 밝아졌고 자기들이 벗은 줄을 알았다(창 3:7). 달라진 것은 몸이 아니라 관계였다.

무화과 잎과 가죽옷

두 사람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만들었다. 사람이 스스로 마련한 첫 번째 가림이다. 잎사귀는 곧 마르고 부스러진다.
하나님은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해 가죽옷을 지어 입히셨다(창 3:21). 가죽을 얻으려면 짐승이 죽어야 했다. 성경이 기록한 첫 번째 죽음이 사람을 가리는 데 쓰였다. 뒷날의 제사 제도가 이 자리에서 그림자를 드리운다.

제사장의 옷

출애굽기 28장은 아론과 그 아들들이 입을 옷을 자세히 규정한다. 그 가운데 베로 만든 속바지가 있다. 허리에서 넓적다리까지 이르러 하체를 가리게 하라는 명령이다(출 28:42). 성소에 들어갈 때 이를 어기면 죄를 지어 죽으리라는 경고까지 붙는다.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은 반드시 가려져야 했다.

레위기의 규정

레위기 18장은 하체를 범하지 말라는 금령을 친족 관계별로 길게 나열한다(레 18:6-18). 여기서 하체를 드러낸다는 표현은 성적 침해를 가리키는 완곡어다. 가림은 개인의 예절이 아니라 공동체의 경계였다. 가나안 땅의 풍속을 따르지 말라는 명령이 그 앞뒤를 감싼다.

선지자들의 벗김

선지서에서 벗김은 심판의 언어다. 이사야 47장 3절은 바벨론 딸의 하체가 드러나고 부끄러운 곳이 보이리라고 선언한다. 에스겔 16장 36절부터 37절은 이스라엘의 음행을 지적하며 연인들을 모아 그 앞에서 벗기겠다고 말한다. 숨겨 온 것이 공개되는 일이 곧 심판이다.

다시 입히시는 하나님

같은 에스겔 16장이 반대편도 보여 준다. 하나님은 버려진 아이를 지나가다 보시고 옷자락으로 덮으신다(겔 16:8). 이어 수놓은 옷과 고운 베와 명주를 입히시고 장식을 더하신다(겔 16:10-13). 벗은 자를 가리는 일이 언약의 사랑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였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신약은 이 주제를 옷 입음이라는 말로 정리한다. 갈라디아서 3장 27절은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로 옷 입었다고 말한다. 스스로 엮은 잎사귀가 아니라 하나님이 마련하신 옷이다. 요한계시록 16장 15절은 자기 옷을 지켜 벌거벗고 다니지 않는 자가 복이 있다고 경고한다. 같은 책 19장 8절에서 신부에게 허락된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는 성도들의 옳은 행실이라고 설명된다.

마무리

에덴의 무화과 잎에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까지 가림의 주제가 이어진다. 사람은 늘 스스로 가리려 했고 그때마다 부족했다. 성경은 가려 주시는 쪽이 누구인지를 반복해 기록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25 —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
  • 창세기 3:7 —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로 삼았더라
  • 창세기 3:21 — 여호와 하나님이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 출애굽기 28:42 — 하체를 가리는 베 속바지를 만들어 입힐지니
  • 에스겔 16:8 — 내 옷으로 너를 덮어 벌거벗은 것을 가리고
  • 갈라디아서 3:27 — 그리스도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자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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