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아브람이 사래의 제안을 받아들이다

가나안에 들어온 지 십 년이 지나도 사래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그는 여종 하갈을 남편에게 주며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고 말한다. 아브람은 사래의 말을 들었다. 하갈이 임신하자 여주인을 멸시했고 사래는 남편에게 책임을 돌린다. 아브람이 하갈의 처분을 사래에게 맡기자 사래가 학대했고 하갈은 광야로 도망쳤다. 창세기 16장 1절에서 6절이 이 짧고 무거운 장면을 담는다. 하갈은 광야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나 이스마엘을 낳으리라는 말을 듣는다. 언약은 결국 이삭에게로 이어진다.

창세기 16장은 약속과 현실 사이의 간격에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다. 하나님은 자손을 약속하셨지만 사래의 태는 여전히 닫혀 있었다. 그 간격을 사람의 방법으로 메우려 한 결과가 이 장에 남았다.

십 년의 기다림

창세기 12장에서 큰 민족을 이루리라는 약속을 받은 뒤 아브람은 가나안에 십 년을 살았다. 창세기 15장에서는 하늘의 별처럼 많은 자손을 다시 약속받았다. 그런데 아내 사래는 출산하지 못했다. 그에게는 애굽 사람 여종 하갈이 있었다.

사래의 제안

창세기 16장 2절에 사래의 말이 남아 있다.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경은 아브람이 사래의 말을 들었다고 짧게 적는다. 그가 하나님께 여쭈었다는 기록은 없다.

당시의 관습

고대 근동에서 아이를 낳지 못한 아내가 여종을 대리로 세우는 일은 낯설지 않았다. 여종이 낳은 아이는 법적으로 여주인의 자녀로 셈해졌다. 사래의 제안은 그 시대의 상식 안에 있었다. 관습을 어긴 것이 아니라 약속을 기다리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뒤집힌 관계

하갈이 임신하자 상황이 바뀐다. 창세기 16장 4절은 하갈이 자기가 임신함을 알고 여주인을 멸시하였다고 적는다. 종이었던 사람이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위치를 다시 셈한 것이다. 사래는 남편에게 나의 억울함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하며 여호와의 판단을 구한다.

아브람의 회피

아브람의 답은 짧다. 창세기 16장 6절에서 그는 당신의 여종은 당신의 손에 있으니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고 말한다. 자기가 내린 결정의 결과를 아내에게 넘긴 셈이다.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자 하갈은 그 앞에서 도망하였다. 문제를 풀려던 선택이 새 갈등을 만들었다.

광야에서 만난 하나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창세기 16장 뒷부분에서 여호와의 사자가 술 길 곁 샘물 가에서 하갈을 찾아온다. 그는 아들을 낳을 것이며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갈은 하나님을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불렀다. 사람의 실수 안에서도 버림받은 사람을 찾아오시는 장면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스마엘은 아브람이 여든여섯 살에 얻은 아들이다. 그러나 창세기 17장 21절에서 하나님은 언약을 이삭과 세우겠다고 밝히신다. 갈라디아서 4장 22절에서 31절은 이 두 아들을 육체를 따라 난 자와 약속을 따라 난 자로 대비한다. 바울은 그것을 자유와 종살이의 비유로 읽는다. 창세기의 한 가정 안에서 벌어진 일이 신약에서 다시 해석된 사례다.

마무리

사래의 제안은 불신에서 나왔다기보다 지친 마음에서 나왔다. 아브람은 그 말을 들었고 결과를 감당하지 못했다. 이 장면은 약속이 사람의 조바심보다 늦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뒤이은 이삭의 출생과 나란히 놓고 읽게 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6:1-2 — 내 여종에게 들어가라 내가 혹 그로 말미암아 자녀를 얻을까 하노라
  • 창세기 16:4 — 하갈이 자기가 임신함을 알고 그의 여주인을 멸시한지라
  • 창세기 16:6 — 당신의 여종은 당신의 손에 있으니 당신의 눈에 좋을 대로 그에게 행하라
  • 창세기 16:13 — 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 하였으니
  • 창세기 17:21 — 내 언약은 내가 이삭과 세우리니
  • 갈라디아서 4:22-23 — 여종에게서는 육체를 따라 났고 자유 있는 여자에게서는 약속으로 말미암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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