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멜렉이 받은 경고
아브라함이 사라를 누이라고 말한 뒤 그랄 왕 아비멜렉은 사라를 왕궁으로 데려갔다. 그날 밤 하나님이 꿈으로 나타나 왕에게 경고하셨다. 네가 죽으리니 그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는 말이었다. 경고는 통고에서 끝나지 않고 살 길을 함께 제시한다.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라는 지시였다. 왕은 이튿날 아침 신하들을 불러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듣는 사람마다 크게 두려워했고 왕은 곧바로 아브라함을 불렀다. 이 대목에서 아브라함은 성경 최초로 선지자라 불린다.
창세기 20장에서 사태를 돌려세운 것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다. 밤중에 임한 한마디 경고였다. 그 경고가 무엇을 알렸고 어떤 길을 열어 주었는지 살핀다.
경고가 주어진 자리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가 무너진 뒤 남방으로 내려가 그랄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그는 사라를 자기 누이라고 소개했다. 그랄 왕 아비멜렉은 사라를 왕궁으로 데려갔다. 왕이 사라를 가까이하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나서셨다.
꿈이라는 방식
하나님은 꿈으로 말씀하셨다. 고대 세계에서 꿈은 신의 뜻이 전해지는 통로로 여겨졌다. 성경에서도 요셉과 바로와 느부갓네살이 꿈으로 경고나 계시를 받는다.
주목할 점은 대상이다. 이 꿈을 받은 사람은 언약 백성이 아니라 이방 왕이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직접 말씀하신다.
경고의 내용
말씀은 에두르지 않았다. 그 밤에 하나님이 아비멜렉에게 현몽하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데려간 이 여인으로 말미암아 네가 죽으리니 그는 남편이 있는 여자임이라(창 20:3). 죄의 이름을 붙이기 전에 결과부터 통고한 셈이다. 혼인 관계를 침범하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짧은 문장이 드러낸다.
막으신 분
왕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하나님의 대답은 그 항변을 인정하면서 방향을 바꾼다. 네가 온전한 마음으로 이렇게 한 줄을 나도 알았으므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아니하게 하였나니 여인에게 가까이하지 못하게 함이 이 때문이니라(창 20:6). 왕이 죄를 피한 것은 그의 절제 덕분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손을 대셨기 때문이다.
조건과 약속
경고는 죽음의 통고로 끝나지 않는다. 이제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 네가 돌려보내지 아니하면 너와 네게 속한 자가 다 반드시 죽을 줄 알지니라(창 20:7). 조건은 하나였다. 아내를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이다.
여기서 아브라함이 처음으로 선지자라 불린다. 성경에서 이 호칭이 붙은 첫 사람이다. 잘못을 저지른 쪽이 도리어 중보자로 세워진다.
아침의 파장
아비멜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신하를 불러 들은 말을 전했다. 사람들은 크게 두려워했다(창 20:8). 왕궁 안의 개인적인 꿈이 곧 나라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왕은 곧바로 아브라함을 불러 따져 물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경고는 심판이 아니라 예방이었다. 하나님은 벌하시기 전에 알리셨다. 같은 방식이 성경 전체에 되풀이된다. 니느웨에 요나를 보내신 일도 그러하다.
동시에 이 장면은 하나님의 통치가 언약 백성의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랄의 왕도 그분의 말씀 아래 있었다. 바울은 하나님이 한 분이시며 이방인의 하나님도 되신다고 적었다(롬 3:29).
마무리
아비멜렉이 받은 경고는 짧고 분명했다. 죽음을 알리고 살 길을 함께 일러 주었다. 왕은 그 말을 미루지 않고 곧바로 움직였다. 창세기 20장의 결말은 그 반응에서 갈렸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0:3 — 네가 데려간 이 여인으로 말미암아 네가 죽으리니
- 창세기 20:6 —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아니하게 하였나니
- 창세기 20:7 —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
- 창세기 20:8 — 아비멜렉이 그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모든 종들을 불러
- 로마서 3:29 — 하나님은 다만 유대인의 하나님이시냐 이방인의 하나님은 아니시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