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멜렉이 아브라함을 부르다
꿈에서 경고를 들은 이튿날 아비멜렉은 아브라함을 불러 세웠다. 그는 세 가지를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내가 무슨 죄를 네게 지었느냐 무슨 뜻으로 이렇게 하였느냐는 물음이었다. 이방 왕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족장을 도덕적으로 문책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아비멜렉의 말에는 개인의 억울함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큰 죄에 빠질 뻔했다는 항의가 담겨 있다. 아브라함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답했고 사라가 이복 누이라는 사실도 함께 밝혔다.
창세기 20장에서 가장 날이 선 대목은 하나님의 경고가 아니다. 이방 왕이 아브라함을 마주 세우고 던진 세 마디 질문이다. 그 자리에서 누가 누구를 꾸짖는지 보면 이 장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 대면이 놓인 자리
사건은 소돔과 고모라가 무너진 뒤에 벌어진다. 아브라함은 남방으로 옮겨 가데스와 술 사이에 머물다 그랄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사라를 자기 누이라고 소개했고 왕이 사라를 데려갔다.
하나님은 그 밤 꿈으로 아비멜렉을 막으셨다. 왕은 아침에 신하들을 모아 사실을 알린 뒤 곧바로 아브라함을 불렀다.
첫 번째 물음
왕의 첫마디는 피해자의 말이다. 네가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창 20:9). 우리라는 말에 주목할 만하다. 왕 개인의 일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물음
이어 왕은 원인을 묻는다. 내가 무슨 죄를 네게 지었기에 네가 나와 내 나라가 큰 죄에 빠질 뻔하게 하였느냐(창 20:9). 그는 자기가 먼저 해를 끼친 일이 있는지 되짚는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죄의 자리로 떠밀렸다는 항의다. 왕은 이어 네가 합당하지 아니한 일을 내게 행하였도다라고 못 박는다.
세 번째 물음
마지막 질문은 동기를 겨눈다. 네가 무슨 뜻으로 이렇게 하였느냐(창 20:10). 사실 관계는 이미 밝혀졌으니 남은 것은 이유였다. 왕은 변명이 아니라 설명을 요구했다.
뒤바뀐 자리
이 장면의 구도는 뒤집혀 있다. 하나님의 언약을 받은 사람이 이방 왕 앞에서 해명하는 처지가 되었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선 쪽은 그랄의 왕이다.
아브라함의 대답은 두려움에서 나왔다. 이 곳에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내 아내로 말미암아 나를 죽일까 생각하였다는 것이다(창 20:11). 그는 사라가 이복 누이라는 점과 아버지 집을 떠날 때 미리 맞춰 둔 약속도 밝혔다(창 20:12-13).
문책 뒤의 처리
왕은 따진 뒤 곧바로 일을 정리했다. 사라를 남편에게 돌려보내고 양과 소와 종들을 주었다. 내 땅이 네 앞에 있으니 네가 보기에 좋은 대로 거주하라고 말했다(창 20:15). 사라에게는 은 천 개를 주어 그 결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책은 보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성경은 부름받은 사람의 실패를 감추지 않는다. 아브라함은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지만 이 장에서는 이방 왕에게 꾸중을 듣는다. 같은 구도가 애굽에서도 있었다. 바로 역시 어찌하여 그를 네 아내라고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고 물었다(창 12:18).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를 선지자라 부르시고 그의 기도를 들으셨다. 부르심은 사람의 흠결로 취소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장의 결론이다.
마무리
아비멜렉의 세 질문은 짧지만 정확했다. 무엇을 했고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며 무슨 뜻이었느냐는 물음이다. 아브라함은 그 앞에서 자기 두려움을 인정했다. 이 대면 뒤에 사라는 남편에게 돌아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0:9 — 네가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하였느냐
- 창세기 20:10 — 네가 무슨 뜻으로 이렇게 하였느냐
- 창세기 20:11 — 이 곳에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 창세기 20:12-13 — 그는 나의 이복 누이로서 내 아내가 되었음이니라
- 창세기 20:15 — 내 땅이 네 앞에 있으니 네가 보기에 좋은 대로 거주하라
- 창세기 12:18 — 어찌하여 그를 네 아내라고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