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지명이야기

애굽

애굽은 히브리어로 미스라임이라 불리는 나라다. 나일강이 사막 한가운데 기름진 땅을 만들어 큰 문명이 자랐다. 아브라함이 기근을 피해 내려갔고 요셉이 종으로 팔려 갔다가 총리가 됐다. 야곱의 온 가족이 그곳으로 옮겨 살다가 사백 년 뒤 종이 됐다. 모세가 나와 열 재앙과 홍해를 건너는 출애굽이 일어났다. 선지자들은 애굽을 사람의 힘을 믿는 표본으로 들었다. 마태복음에서는 아기 예수의 피난처가 된다. 십계명은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하나님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한다. 성경은 애굽을 무대 삼아 구원을 그려 낸다.

애굽은 성경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이방 나라다. 창세기부터 복음서까지 이름이 이어진다. 같은 땅이 어떤 때는 목숨을 건지는 피난처였고 어떤 때는 벗어나야 할 종살이의 집이었다.

나일강이 만든 나라

애굽은 아프리카 북동쪽 끝에 자리 잡았다. 북쪽은 지중해 남쪽과 서쪽은 사막이다. 그 한가운데를 나일강이 지난다.
해마다 강물이 넘치며 검은 흙을 실어 날라 좁고 긴 농경지를 만들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지역에서 이 강이 곡식을 냈다. 히브리어로는 미스라임이라 부른다.

족장들과 애굽

창세기 12장 10절에서 아브람은 가나안에 든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간다. 히브리 사람과 애굽의 긴 인연이 여기서 시작된다.
뒷날 요셉이 형들에게 팔려 그 땅으로 끌려갔다. 요셉은 감옥을 거쳐 바로의 꿈을 풀고 나라의 곡식을 맡는 자리에 올랐다. 다시 기근이 들자 야곱의 온 집안이 고센 땅으로 내려가 자리를 잡았다(창 46장).

종살이와 출애굽

출애굽기 1장 8절은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났다고 적는다. 이스라엘 자손이 번성하자 애굽은 그들을 부역에 몰아넣고 사내아이를 죽이라 명했다.
하나님은 모세를 보내 백성을 보내라고 요구하셨다. 바로가 거절할 때마다 열 재앙이 내렸다. 마지막 밤 유월절 어린양의 피가 문설주에 발렸고 백성은 애굽을 떠났다. 홍해가 갈라졌고 뒤쫓던 병거는 물에 덮였다(출 14장).

선지자들이 본 애굽

이스라엘은 위기 때마다 애굽의 병거와 말을 의지하려 했다. 이사야 31장 1절은 도움을 구하러 애굽으로 내려가는 자들에게 화를 선언한다. 이사야 19장은 애굽 자체를 향한 심판을 말한다.
에스겔 29장부터 32장까지도 애굽의 몰락을 길게 다룬다. 그러나 이사야 19장 끝은 애굽 사람이 여호와를 알게 되고 앗수르와 이스라엘과 함께 복을 받으리라는 말로 맺는다.

아기 예수의 피난처

마태복음 2장 13절에서 요셉은 꿈에 지시를 받고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한다. 헤롯이 베들레헴의 사내아이를 죽이던 때였다. 헤롯이 죽은 뒤에야 그들은 돌아왔다.
마태는 이 일을 두고 호세아 11장 1절의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적는다.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냈다는 구절이다. 옛 이스라엘이 걸어 나온 길을 예수께서 다시 걸으신 셈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애굽은 성경 안에서 속박의 상징으로 자주 쓰인다. 출애굽은 그 속박에서 벗어난 사건이며 이후 이스라엘의 신앙 고백이 늘 여기서 시작된다. 십계명 첫머리도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는 선언으로 열린다(출 20:2).
신약은 이 사건의 틀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고린도전서 5장 7절은 그리스도를 우리의 유월절 양이라 부른다. 히브리서 11장 27절은 모세가 왕의 노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애굽을 떠났다고 전한다.

마무리

애굽은 성경에서 늘 두 얼굴로 나타난다. 굶주릴 때 곡식을 내주던 땅이었고 백성을 부려 먹던 땅이었다. 아기 예수를 숨겨 준 곳이기도 하다. 성경은 애굽을 단순한 적으로 그리지 않고 하나님의 일이 펼쳐지는 무대의 하나로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10 —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내려갔으니
  • 출애굽기 1:8 —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
  • 출애굽기 20:2 —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 이사야 31:1 — 도움을 구하러 애굽으로 내려가는 자들은 화 있을진저
  • 호세아 11:1 —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냈거늘
  • 마태복음 2:15 — 애굽으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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