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지명이야기

에렉

에렉은 창세기 10장 10절에 나오는 도시다. 니므롯이 세운 나라의 시작이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였고 그 자리가 시날 땅이었다. 시날은 두 강 사이의 메소포타미아 평야를 가리킨다. 에렉은 오늘날 이라크 남부의 우루크 유적과 같은 곳으로 본다. 우루크는 인류 초기 도시 가운데 규모가 컸고 문자와 신전 건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창세기가 이 이름을 홍수 이후 계보 한가운데 놓은 이유는 도시와 왕권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밝히려는 데 있다. 한 번 나오고 사라지는 이름이다.

창세기 10장은 노아의 세 아들에게서 나온 민족들을 나열한다. 그 명단 가운데 니므롯의 이야기가 잠깐 끼어든다. 에렉은 그가 세운 나라의 첫 성읍 목록에 들어 있다.

창세기 10장의 한 줄

본문은 이렇게 적는다.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창 10:10). 네 성읍이 한 문장 안에 묶여 나온다.

성경이 에렉을 언급하는 곳은 사실상 이 한 절이다. 에스라 4장 9절에 나오는 아렉 사람이 같은 지역 출신을 가리킨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그 밖에 이 이름이 등장하는 대목은 없다.

시날 땅

시날은 유브라데와 티그리스 두 강 사이의 평야를 가리키는 성경의 지명이다. 바벨탑을 세운 사람들이 동방에서 옮겨 와 만난 평지도 시날 땅이었다(창 11:2). 뒷날 바벨론 지역과 같은 곳으로 쓰인다.

다니엘 1장 2절은 느부갓네살이 성전 기물을 시날 땅으로 가져갔다고 적는다. 창세기에서 시작된 이 이름이 포로기 기록에서 다시 나온다. 도시 문명과 제국이 함께 떠오르는 지명이다.

니므롯이라는 인물

니므롯은 함의 손자 구스의 아들로 소개된다. 성경은 그를 세상에 첫 용사이며 여호와 앞에서 용감한 사냥꾼이라고 부른다(창 10:8-9). 사냥꾼이라는 말과 나라를 세웠다는 서술이 나란히 놓인다.

그의 활동 범위는 시날에서 앗수르까지 이어진다. 본문은 그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를 건설했다고 덧붙인다. 성경에서 왕국이라는 말이 처음 쓰이는 자리가 니므롯의 기록이다.

우루크라는 이름

고고학에서 에렉은 대체로 우루크와 같은 곳으로 본다. 위치는 오늘날 이라크 남부 유브라데 강 부근이다. 발굴에서 지구라트와 신전 구역과 대규모 성벽 흔적이 확인되었다.

우루크는 초기 도시화가 가장 이르게 진행된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점토판에 남은 초기 문자 자료도 이 지역에서 나왔다. 수메르 시기부터 아카드 시기까지 비중이 컸던 도시다.

홍수 이후의 도시들

창세기 10장의 명단은 홍수 뒤 사람들이 어떻게 퍼졌는지 보여 준다. 그 안에서 니므롯의 성읍들은 권력이 한곳에 모이는 흐름을 나타낸다. 흩어지라는 명령과 모여 이름을 내려는 시도가 대비를 이룬다.

곧이어 나오는 창세기 11장이 바벨탑 기사다. 같은 시날 땅에서 사람들이 성읍과 탑을 세우고 이름을 내려 한다. 하나님은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을 흩으셨다(창 11:9).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바벨이라는 이름은 뒤에 바벨론으로 이어지며 예언서에서 교만한 권세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사야 13장과 예레미야 50장이 그 심판을 길게 다룬다. 에렉은 그 나라의 출발 목록에 함께 적힌 이름이다.

요한계시록도 큰 성 바벨론이라는 표현을 써서 무너지는 권세를 그린다(계 18:2). 창세기 10장의 짧은 목록이 성경 끝부분의 상징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도시 자체를 악하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 기원이 어디였는지는 분명히 적혀 있다.

마무리

에렉은 성경에 한 번 나오고 사라지는 이름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인류 초기 도시 문명의 중심 가운데 하나였다. 창세기는 그 화려한 시작을 니므롯의 이름과 시날 땅이라는 위치와 함께 기록해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0:8 — 구스가 또 니므롯을 낳았으니 그는 세상에 첫 용사라
  • 창세기 10:10 —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으며
  • 창세기 11:2 —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
  • 창세기 11:9 —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 다니엘 1:2 — 그 그릇을 가지고 시날 땅 자기 신들의 신전에 가져갔더라
  • 요한계시록 18:2 —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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