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여호와께서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심

홍수 이후 온 땅의 언어가 하나였고 사람들은 동쪽으로 옮겨 시날 평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벽돌과 역청으로 성읍과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려 했다.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는 문장이 이 장의 전환점이다. 하나님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고 건설은 그대로 멈췄다. 사람들은 온 지면에 흩어졌고 그 성읍 이름은 바벨이라 불렸다. 땅에 충만하라는 명령이 그렇게 이루어졌다.

창세기 11장 5절은 여호와께서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고 기록한다. 사람의 일을 살피러 내려오신다는 표현이 심판의 서막이다. 이야기는 아홉 절 안에 시작과 결말을 모두 담는다.

홍수 이후의 시날

노아의 세 아들에게서 나온 사람들이 땅에 퍼져 나가던 시기다. 온 땅의 언어와 말이 하나였다고 본문은 밝힌다.
무리가 동쪽으로 옮겨 다니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주했다. 시날은 뒷날 바벨론이 서는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을 가리킨다. 창세기 10장은 이미 니므롯의 나라가 바벨에서 시작되었다고 적어 두었다.

벽돌과 역청

돌 대신 벽돌을 굽고 진흙 대신 역청을 썼다는 설명이 붙는다. 돌이 귀한 충적 평야에서 쓰던 실제 건축 방식이다.
기술이 모이자 계획이 커졌다. 성읍과 함께 꼭대기가 하늘에 닿는 탑을 세우자는 제안이 나왔다. 메소포타미아의 계단식 신전 지구라트가 이런 형태로 알려져 있다.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려는 뜻

건설의 목적은 두 가지로 진술된다. 우리 이름을 내자는 것과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이 문제의 핵심이다. 창세기 1장과 9장에서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명하셨다. 흩어짐을 면하겠다는 결의는 그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내려오신 여호와

여호와께서 인생들이 건설하는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 하늘에 닿겠다던 탑을 보러 내려와야 했다는 서술 자체가 인간의 규모를 축소한다.
하나님의 판단은 이렇게 이어진다.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 일을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하려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라는 말씀이다. 제지의 이유가 능력이 아니라 방향에 있음을 보여준다.

언어의 혼잡과 흩어짐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자는 말씀이 뒤따른다.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되자 공사는 그쳤다.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다. 성읍 이름은 바벨이 되었는데 여호와께서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발랄이 혼잡하다는 뜻이고 이 말놀이가 이름에 새겨졌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바벨 이야기는 창세기 10장의 민족 목록과 짝을 이루며 언어와 족속이 갈라진 내력을 설명한다. 곧이어 12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람 한 사람을 불러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라 말씀하신다. 사람이 스스로 내려 한 이름과 하나님이 주시는 이름이 나란히 놓인다.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은 이 장면을 뒤집는다.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들었다. 흩어진 언어가 복음 앞에서 다시 모이는 장면으로 읽혀 왔다.

마무리

바벨은 무너진 탑 이야기가 아니라 멈춘 공사 이야기다. 하나님은 성읍을 부수지 않으시고 말을 흩으셨다. 그 결과 사람들은 애초에 명령받은 대로 온 땅으로 퍼져 나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1:4 —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 창세기 11:5 —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
  • 창세기 11:7 —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자
  • 창세기 1:28 —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 창세기 12:2 —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 사도행전 2:6 — 각 사람이 자기의 방언으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소동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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