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의 죽음
이스마엘은 아브라함과 하갈 사이에서 태어난 맏아들이다. 창세기는 그가 백삼십칠 세를 살고 숨을 거두어 자기 조상에게로 돌아갔다고 짧게 적는다. 기록은 한 절로 끝나지만 그 앞뒤에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신 약속과 그 약속이 이룬 결과가 함께 놓여 있다. 그는 언약의 계보를 잇는 아들이 아니었으나 열두 방백의 아버지가 되었고 그 자손은 하윌라에서 술까지 퍼져 살았다. 이스마엘의 죽음은 족장 시대의 한 장이 닫히는 자리이자 하나님이 하신 말씀이 어긋나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창세기 25장 17절은 이스마엘의 마지막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 백삼십칠 세를 살고 기운이 다하여 죽어 자기 백성에게로 돌아갔다는 기록이다. 짧은 구절이지만 그 앞에는 그의 출생부터 자손의 명단까지가 촘촘히 놓여 있다.
아브라함의 맏아들로 태어나다
이스마엘의 어머니는 사라의 애굽인 여종 하갈이었다. 사라는 약속된 아들을 오래 기다리다 지쳐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주었고 그렇게 이스마엘이 태어났다 (창 16:1-4). 그는 아브라함의 첫아들이었다.
그러나 몇 해 뒤 사라가 이삭을 낳으면서 집안의 자리가 달라졌다 (창 21:1-3). 언약을 잇는 아들은 이삭이었고 이스마엘은 그 계보 밖에 서게 되었다. 두 어머니와 두 아들 사이의 긴장은 이후 이야기 곳곳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창세기 25장의 짧은 기록
이스마엘의 죽음은 아브라함의 장례 기사 바로 뒤에 붙어 있다. 성경은 그가 백삼십칠 세를 살았다고 밝힌 뒤 숨이 끊어져 자기 백성에게로 돌아갔다고 적는다. 자기 백성에게로 돌아갔다는 표현은 구약이 죽음을 말할 때 자주 쓰는 관용구다.
이 말은 조상들이 묻힌 자리로 함께 들어갔다는 뜻을 담는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도 같은 표현이 쓰였다. 이스마엘 역시 족장의 아들로서 같은 어법 안에서 기억된 셈이다.
열두 방백의 아버지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스마엘의 앞날을 따로 일러 주셨다. 창세기 17장 20절에서 그를 복되게 하여 번성하게 하고 크게 생육하게 하며 열두 방백을 낳게 하여 큰 나라가 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이 약속은 그대로 이루어졌다.
창세기 25장 13절에서 16절까지는 이스마엘의 열두 아들 이름을 차례로 적는다. 이들은 각각 촌과 진영을 거느린 두령이 되었다. 아브라함의 계보를 다루는 본문에서 이 명단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자손이 자리 잡은 땅
이스마엘의 후손이 흩어져 산 지역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창세기 25장 18절은 그들이 하윌라에서부터 술까지 곧 애굽 앞 앗수르로 가는 길목에 거주했다고 전한다. 시내 반도 북쪽과 아라비아 사막 언저리에 해당하는 넓은 지대다.
이스마엘 족속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성경에 등장한다. 요셉을 애굽으로 데려간 상인들이 그 무리였고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의 기사에도 이름이 나온다. 한 사람의 죽음 기사가 곧 한 민족의 시작을 알리는 문서가 된 것이다.
언약 밖에서도 지켜진 약속
성경은 언약의 계보를 이삭에게서 야곱으로 이어 간다. 이스마엘은 그 줄기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를 잊으셨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하갈이 광야에서 쫓겨났을 때도 하나님은 그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다. 아브라함이 이스마엘을 위해 간구했을 때도 응답이 있었다. 신약에서 바울은 하갈과 사라의 두 아들을 들어 율법 아래 난 자와 약속을 따라 난 자를 견주었다 (갈 4:22-23). 이스마엘의 생애는 그런 대비 안에서 읽히면서도 그 자체로 지켜진 약속의 사례로 남는다.
족장 시대의 한 장이 닫히다
이스마엘의 죽음 이후 창세기의 시선은 이삭과 그 아들들에게로 옮겨 간다. 고대 근동에서 맏아들은 상속과 축복의 우선권을 쥐는 자리였다. 이스마엘은 그 관습대로라면 아브라함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그 순서를 다시 세우셨다. 상속의 기준은 태어난 차례가 아니라 하나님의 택하심이었다. 이스마엘의 마지막 기록은 그 전환이 마무리되는 지점에 놓여 있다.
마무리
창세기는 이스마엘의 죽음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나이와 죽음과 매장을 한 문장에 담고 곧바로 이삭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이 짧은 기록은 앞서 주어진 약속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를 조용히 확인해 준다.
큰 나라를 이루게 하겠다는 말씀은 열두 아들의 명단으로 증명되었다. 언약의 본류에서 비켜선 사람에게도 하나님의 말은 그대로 서 있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6:1-4 — 사라가 하갈을 아브라함에게 주어 이스마엘이 태어나다
- 창세기 17:20 — 이스마엘을 복되게 하여 열두 방백을 낳게 하리라
- 창세기 25:13-16 — 이스마엘의 열두 아들과 그들의 촌과 진영
- 창세기 25:17 — 이스마엘은 백삼십칠 세에 기운이 다하여 죽었더라
- 창세기 25:18 — 하윌라에서부터 술까지 그 자손이 거주하니라
- 갈라디아서 4:22-23 — 아브라함에게 두 아들이 있으니 하나는 여종에게서 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