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자루 수색

창세기 44장에서 요셉은 청지기에게 형제들의 자루를 곡식으로 채우고 돈도 함께 넣으라고 지시한다. 여기에 자기 은잔을 막내 베냐민의 자루에 몰래 넣게 한다. 길에서 붙잡힌 형제들은 결백을 확신하며 잔이 나오는 자에게 죽음을 걸겠다고 말한다. 청지기는 그 조건을 낮춰 잔을 가진 자만 종으로 삼겠다고 답한다. 수색은 맏이부터 시작해 막내에게서 끝난다. 잔이 나오자 형제들은 옷을 찢고 아무도 떠나지 않은 채 함께 성으로 돌아간다. 요셉이 짠 시험은 도둑을 잡는 절차가 아니었다.

창세기 44장은 짧은 수색 장면 하나에 긴 시간을 쓴다. 자루를 여는 순서까지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 순서가 이야기의 긴장을 만든다.

요셉이 짠 함정

요셉은 청지기에게 세 가지를 지시한다. 자루마다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양식을 채우고 각 사람의 돈을 자루 아귀에 도로 넣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은잔을 막내의 자루에 넣게 한다.
형제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새벽에 길을 떠난다. 성문을 나설 때까지는 무사한 귀향처럼 보였다.

스스로 건 조건

청지기가 뒤쫓아 와 잔을 훔쳤다고 몰아붙인다. 형제들은 곧바로 반박한다. 창세기 44장 7절에서 이들은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시나이까 하고 되묻는다. 자루에서 나온 돈도 도로 가져왔는데 은과 금을 훔칠 리가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이어 이들은 위험한 조건을 스스로 내건다. 잔이 나오는 자는 죽고 나머지는 종이 되겠다는 말이었다.

청지기가 조건을 바꾸다

청지기는 그 제안을 그대로 받지 않는다. 잔을 가진 자만 종이 되고 나머지는 돌아가도 좋다고 답한다. 조건이 가벼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날카롭다. 열 사람에게 막내를 두고 떠날 길을 열어 준 셈이기 때문이다.

맏이에게서 막내까지

수색은 맏이의 자루부터 시작한다. 하나씩 열릴 때마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자루가 베냐민의 것이었고 거기서 잔이 나온다. 본문은 이 순서를 굳이 기록한다.
순서를 적은 이유는 분명하다. 결백이 확인될수록 마지막 순간의 충격이 커진다.

아무도 떠나지 않았다

잔이 나오자 형제들은 옷을 찢는다. 고대 근동에서 옷을 찢는 행위는 애도와 극심한 낭패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누구도 돌아가지 않는다. 나귀에 짐을 다시 싣고 모두 성으로 되돌아간다.
예전 같으면 한 사람을 버리고 갈 수도 있었다. 요셉을 팔던 날의 선택과 정반대 행동이 여기서 나온다.

유다가 다시 나서다

요셉 앞에서 유다가 대표로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처음부터 되짚는다. 늙은 아버지와 그가 사랑하는 막내 이야기가 그 안에 들어 있다. 창세기 44장 33절에서 유다는 아이 대신 자기가 종으로 남겠다고 청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수색은 도둑을 잡으려는 절차가 아니었다. 사람이 달라졌는지 확인하려는 시험이었다. 창세기는 이 대목에서 회개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준다. 뒤에 요셉은 하나님이 이 모든 일을 선으로 바꾸셨다고 정리한다.

마무리

형제들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잔은 나왔다. 그러나 이야기는 유죄 판결로 끝나지 않는다. 열한 사람이 함께 돌아섰다는 사실이 이 장면의 결론이다. 자루를 여는 순서가 그 결론을 향해 놓여 있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44:7 — 우리가 어찌 이런 일을 하리이까
  • 창세기 44:12 — 그가 나이 많은 자에게서부터 시작하여 나이 적은 자에게서 마치매
  • 창세기 44:13 — 그들이 옷을 찢고 각기 짐을 나귀에 싣고 성으로 돌아가니라
  • 창세기 44:33 — 주의 종으로 그 아이를 대신하여 머물러 있게 하시고
  • 창세기 50:20 —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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