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도
아브라함의 종은 나홀 성 밖 우물에 이르러 기도했다. 내용은 짧고 구체적이었다. 물을 청할 때 마시라 하며 낙타에게도 먹이겠다 하는 여자를 정하신 자로 알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기 소원이 아니라 주인에게 주신 약속이 이뤄지기를 구한 기도였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메고 나왔고 청한 그대로 행했다. 종은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했다. 성경은 응답이 얼마나 빨랐는지를 굳이 적어 두었다. 짧은 세 절이 창세기 24장 전체의 방향을 정했다.
창세기 24장 12절부터 14절까지는 세 절뿐이다. 그런데 이 짧은 기도가 장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 아브라함의 종은 낯선 성 앞에서 자기 판단 대신 여호와의 응답을 구했다.
기도가 나온 자리
아브라함은 늙어서 이삭의 아내를 가나안 사람의 딸 중에서 구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집안 살림을 맡은 늙은 종에게 고향 친족에게 가서 며느리를 구하라고 맡겼다. 창세기 15장 2절의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로 보는 견해가 오래되었다. 종은 낙타 열 필을 끌고 아람 나하라임의 나홀 성에 이르렀다.
저녁 우물가
종은 성 밖 우물 곁에 낙타를 꿇렸다. 여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는 저녁 무렵이었다 (창 24:11). 그는 누가 알맞은 사람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아는 얼굴도 없고 소개해 줄 사람도 없었다. 기도는 그 막막함에서 나왔다.
기도의 내용
첫마디는 호칭이었다.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창 24:12). 자기 신분이 아니라 주인과 그 하나님의 관계에 기대어 부른 것이다. 이어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라고 구했다. 마지막에 표징을 청했다. 물을 청할 때 마시라 하고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겠다 하는 여자를 정하신 자로 알겠다는 것이었다 (창 24:13-14).
표징의 성격
이 조건은 우연에 기댄 제비뽑기가 아니다. 낙타 열 필이 마실 물을 긷는 일은 여러 번 우물을 오르내려야 하는 중노동이다. 종은 사람의 됨됨이가 드러나는 행동을 표징으로 삼았다. 이삭의 아내가 될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 곧 그 수고였다. 기도의 구체성이 여기에 있다.
응답의 순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왔다. 그는 나홀의 아내 밀가의 손녀요 브두엘의 딸이었다 (창 24:15). 물을 청하자 곧 마시라 하고 낙타가 다 마시기까지 물을 길어다 부었다 (창 24:19-20). 종은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길을 형통하게 하셨는지 알고자 했다 (창 24:21). 집안을 확인한 뒤 그는 머리를 숙여 경배하고 여호와를 찬송했다 (창 24:26-27).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기도는 자기 이익을 구하지 않았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언약이 이어지도록 구한 청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자기 뜻과 맞닿은 간구에 응답하신다고 여러 곳에서 말한다. 요한일서 5장 14절은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신다고 적는다. 종의 기도는 그 방식을 이야기 형태로 보여 준다.
마무리
종은 길에서 기도했고 응답을 받자 곧 경배했다. 두 행동 사이에 자기 자랑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창세기 24장은 이 사람의 이름을 끝내 알려 주지 않는다. 남은 것은 그가 무엇을 구했고 어떻게 반응했는지뿐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4:12 —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 창세기 24:14 — 그로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가 되게 하시옵소서
- 창세기 24:15 —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오니
- 창세기 24:21 — 그 사람이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 창세기 24:26-27 — 머리를 숙여 여호와께 경배하고
- 요한일서 5:14 —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