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하갈이 임신하다

가나안에 들어온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사래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사래는 애굽 여종 하갈을 아브람에게 주어 그에게서 집을 세우려 했다. 고대 근동에서 낯설지 않은 관습이었으나 결과는 사래의 기대와 달랐다. 하갈은 임신하자 여주인을 멸시했고 사래는 아브람에게 항의했다. 아브람이 물러서자 사래는 하갈을 학대했고 하갈은 광야로 달아났다. 창세기 16장 앞부분은 약속을 앞당기려던 인간의 계획이 남긴 자국을 보여 준다. 이스마엘의 출생은 그 계획이 낳은 첫 열매였다.

사래가 하갈을 아브람에게 준 일은 순간의 충동이 아니었다. 가나안에 들어온 지 십 년이 지나도록 약속하신 아들은 태어나지 않았다. 창세기 16장은 그 기다림이 무너지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아브람 집안의 십 년

아브람은 하란을 떠나 가나안에 정착했다. 자손이 크게 번성하리라는 약속을 받은 뒤였다. 그러나 사래는 아이를 낳지 못했고 십 년이 흘렀다. 창세기 16장 1절은 그 사실을 짧게 적는다. 사래에게는 하갈이라는 애굽 여종이 있었다.

사래의 제안

사래는 아브람에게 하갈에게 들어가라고 말했다. 여호와께서 자기 출산을 막으셨으니 여종에게서라도 집을 세우겠다는 뜻이었다(창 16:2). 고대 근동에서 여종을 대리모로 삼는 일은 낯선 관습이 아니었다. 아브람은 사래의 말을 들었다. 가나안에 거주한 지 십 년 되던 해에 하갈은 아브람의 아내가 되었다.

임신과 신분의 역전

하갈은 임신했다. 그러자 여주인을 멸시하기 시작했다(창 16:4).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안주인과 아이를 밴 여종 사이에서 집안의 질서가 흔들렸다. 사래가 기대한 결과는 아들이었지 이런 갈등이 아니었다.

사래의 항의와 아브람의 물러섬

사래는 아브람에게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다고 따졌다. 여호와께서 자기와 아브람 사이를 판단하시기를 구했다(창 16:5). 아브람의 대답은 짧았다. 여종은 당신 손에 있으니 좋을 대로 하라는 말이었다.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자 하갈은 집을 떠나 달아났다.

광야에서 만난 여호와의 사자

하갈은 광야의 샘물 곁에서 여호와의 사자를 만났다. 사자는 여주인에게 돌아가 그 수하에 복종하라고 했다. 동시에 네 씨를 크게 번성하게 하여 셀 수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다(창 16:10). 아들의 이름은 이스마엘이라 하라고 일렀다.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다는 뜻이다(창 16:11).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사래의 계획은 약속을 앞당기려는 인간의 손이었다. 결과는 집안의 분열이었고 그 여파는 이삭이 태어난 뒤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계획 밖으로 밀려난 여종을 버려두지 않으셨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4장에서 하갈과 사라를 두 언약에 견주었다. 하갈은 시내산에서 난 종의 언약을 나타내고 사라는 자유를 낳는 언약을 나타낸다(갈 4:24-26). 육체를 따라 난 아들과 약속을 따라 난 아들의 대비가 그 논지의 축이다.

마무리

창세기 16장은 믿음의 사람도 기다림 앞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을 담담히 기록한다. 하갈의 임신은 약속의 성취가 아니라 지름길이었다. 그 지름길이 남긴 흔적은 아브라함의 가정에 오래 남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6:2 — 여호와께서 내 출산을 허락하지 아니하셨으니
  • 창세기 16:4 — 하갈이 임신하매 그 여주인을 멸시한지라
  • 창세기 16:5 — 내가 받는 모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 창세기 16:11 — 이름을 이스마엘이라 하라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
  • 갈라디아서 4:24 — 이 여자들은 두 언약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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