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몰의 제안
창세기 34장에서 히위 사람 하몰은 야곱과 그 아들들 앞에 혼인을 제안했다. 아들 세겜이 디나를 욕되게 한 뒤였다. 서로 딸을 주고받고 이 땅에 함께 살며 기업을 얻으라는 넉넉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야곱의 가족은 가나안 주민과 구별되라는 부름을 받은 집안이었다. 야곱의 아들들은 성의 남자가 모두 할례를 받으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것은 계략이었다. 사흘째 되는 날 시므온과 레위가 성을 쳐서 남자를 모두 죽였다. 야곱은 그 폭력을 끝까지 꾸짖었다.
창세기 34장 8절부터 10절까지가 하몰이 야곱과 그 아들들 앞에서 꺼낸 제안이다. 겉으로 보면 넉넉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 제안이 닿은 지점은 야곱 가족의 정체성이었다.
제안이 나오기까지
디나는 레아가 낳은 야곱의 딸이었다. 그 땅의 여자들을 보러 나갔다가 히위 사람 하몰의 아들 세겜을 만났다. 세겜은 디나를 끌어다가 욕되게 했다(창 34:2). 그러고도 디나에게 마음이 붙어 아내로 삼기를 원했다. 세겜은 아버지 하몰에게 혼인을 주선해 달라고 청했다.
하몰이 내놓은 조건
하몰은 야곱과 그 아들들 앞에 섰다. 내 아들 세겜이 그대들의 딸을 사모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로 딸을 주고받자고 제안했다(창 34:9). 이 땅에 함께 살고 자유로이 다니며 기업을 얻으라는 말까지 덧붙였다(창 34:10). 정착과 통상과 토지 취득을 한꺼번에 여는 조건이었다.
제안이 건드린 지점
제안 자체는 두 집단의 결합을 뜻했다. 야곱의 가족은 가나안 주민과 구별되라는 부름을 받은 집안이었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아내를 가나안 딸 가운데서 구하지 말라고 했다(창 24:3-4). 이삭도 야곱에게 같은 말을 남겼다(창 28:1). 하몰의 제안은 그 선을 지우는 쪽이었다.
세겜이 덧붙인 말
세겜은 값을 얼마든지 부르라고 했다. 예물과 폐백을 아무리 크게 요구해도 주겠다고 말했다(창 34:11-12). 보상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태도였다. 야곱의 아들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속임수로 돌아온 대답
야곱의 아들들은 속임수로 답했다. 할례받지 않은 사람에게 누이를 줄 수 없다고 했다(창 34:14). 성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면 함께 살겠다고 조건을 걸었다. 언약의 표를 미끼로 삼은 셈이다. 하몰과 세겜은 그 말을 성문에서 사람들에게 전했고 성읍의 남자들이 모두 받아들였다.
사흘째 되는 날
사흘째 되는 날 남자들이 아직 아파할 때였다.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 성을 쳤다. 남자를 모두 죽였고 하몰과 세겜도 그 자리에서 죽었다(창 34:25-26). 두 사람은 디나를 세겜의 집에서 데리고 나왔다. 다른 아들들은 성읍을 노략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야곱은 이 일이 자기를 가나안 주민에게 악취가 나게 했다고 말했다(창 34:30). 임종의 자리에서는 시므온과 레위의 노여움을 저주했다(창 49:7). 두 지파가 이스라엘 가운데 흩어지리라는 말이 거기서 나왔다.
성경은 이 사건을 정당한 복수로 그리지 않는다. 폭력과 속임수를 있는 그대로 적어 둘 뿐이다. 족장 가족과 가나안 주민 사이의 긴장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마무리
하몰의 제안은 갈등을 덮으려는 협상이었다. 야곱의 아들들의 대답은 협상을 가장한 계략이었다. 창세기 34장에는 떳떳한 편이 없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4:2 — 그 땅의 추장 히위 족속 하몰의 아들 세겜이 그를 보고
- 창세기 34:9 — 너희가 우리와 통혼하여 너희 딸을 우리에게 주며
- 창세기 34:10 — 이 땅에 거주하여 매매하며 여기서 기업을 얻으라
- 창세기 34:14 — 할례받지 아니한 사람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노니
- 창세기 34:25 —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그 성읍을 습격하여
- 창세기 34:30 — 나로 하여금 이 땅 주민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