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의 결정
창세기 3장 6절은 하와가 열매를 따기까지 무엇을 보았는지 세 가지로 적는다. 먹음직하고 보암직하며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웠다는 판단이다. 결정은 순식간에 일어났으나 그 안에는 여러 겹의 판단이 쌓여 있었다. 뱀의 말이 먼저 하나님의 경고를 뒤집어 놓았고 하와의 눈이 그 뒤를 따랐다. 하와는 열매를 먹고 함께 있던 남편에게도 건넸다. 이 선택 하나가 죄와 죽음이 사람의 역사로 들어오는 문이 되었다고 신약은 되짚는다. 창세기는 이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담담하게 적어 둔다.
창세기 3장 6절은 하와가 열매를 따기 직전에 무엇을 보았는지 세 가지로 적는다. 결정은 한순간에 일어났으나 그 안에 담긴 판단은 여러 겹이다. 이 항목은 하와가 어떤 근거로 선택했는지를 차례대로 따라간다.
동산의 두 나무와 하나의 금령
에덴 동산 한가운데에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있었다(창 2:9). 하나님은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를 마음대로 먹으라 하셨다. 다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하시며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는다고 하셨다(창 2:16-17). 자유가 넓었고 제한은 하나였다. 하와의 결정은 이 하나의 경계선 위에서 이루어진다.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
뱀은 명령을 부정하는 대신 물음을 던진다.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에게 동산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창 3:1). 실제 금령은 한 나무에 한정되었으나 질문은 그것을 동산 전체로 넓혀 놓는다. 말씀의 범위가 흐려지자 판단의 기준도 함께 흐려진다.
하와가 옮긴 말
하와는 동산 나무의 열매를 먹을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하셨다고 덧붙인다(창 3:2-3). 만지지 말라는 문구는 원래 명령에 없다. 죽으리라는 단언도 죽을까 하노라로 누그러진다. 결정에 앞서 말씀이 먼저 손질된 셈이다.
경고를 뒤집은 약속
뱀은 곧바로 반박한다.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창 3:4). 이어서 먹는 날에는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창 3:5). 하나님이 좋은 것을 감추고 있다는 그림이 여기서 만들어진다. 하와가 저울에 올린 것은 열매의 맛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었다.
세 가지로 본 열매
하와가 나무를 본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했다(창 3:6). 몸의 필요와 눈의 즐거움과 지혜를 향한 욕심이 한자리에 모인다. 요한일서 2장 16절이 말하는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과 나란히 놓이는 대목이다. 판단의 재료는 모두 하와 안에서 나왔고 뱀은 방향만 틀어 주었다.
열매를 먹고 남편에게 주다
하와는 열매를 따 먹고 자기와 함께 있는 남편에게도 주었다. 아담도 먹었다(창 3:6). 결과는 뱀이 말한 대로이면서 정반대였다. 눈은 밝아졌으나 보인 것은 자기들의 벗은 몸이었다. 두 사람은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만들고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숨는다(창 3:7-8).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바울은 로마서 5장 12절에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다고 적는다. 죄의 책임은 아담에게 돌려지지만 첫 선택의 자리에는 하와가 있었다. 고린도후서 11장 3절은 뱀의 간계가 하와를 미혹한 일을 교회의 경계로 삼는다.
같은 구도가 광야의 시험에서 뒤집힌다. 예수께서는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제안과 천하 만국의 영광 앞에서 기록된 말씀만을 붙드셨다(마 4:1-11). 하와의 결정과 대비되는 자리다.
마무리
하와의 선택은 낯선 악행이 아니라 익숙한 저울질이었다. 말씀이 먼저 흐려졌고 욕망이 그 자리를 채웠다. 창세기는 이 장면을 길게 설명하지 않고 담담히 적는다. 이어지는 심판 선언 안에 여자의 후손을 향한 약속이 함께 놓인다(창 3:15).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16-17 —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 창세기 3:4-5 —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 창세기 3:6 —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 요한일서 2:16 —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
- 로마서 5:12 —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 마태복음 4:4 —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