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 족속 세일의 자손
세일은 에돔 땅에 에서의 자손이 들어오기 전부터 그곳에 살던 호리 족속의 조상이다. 창세기 36장 20절에서 30절은 그의 아들 로단과 소발과 시브온과 아나와 디손과 에셀과 디산을 적고 각 사람의 자손을 이어서 나열한다. 호리라는 이름은 굴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과 연결되며 이들은 세일 산지의 바위 굴에서 살았다. 명단에는 아나가 나귀를 칠 때 온천을 발견했다는 짤막한 기록도 들어 있다. 뒷날 이들은 에돔 사회에 흡수되어 족장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다.
창세기 36장은 에서의 족보를 적다가 중간에 다른 계보를 끼워 넣는다. 그 땅에 먼저 살던 호리 족속 세일의 자손이다. 정복자의 명단과 원주민의 명단이 한 장 안에 나란히 놓인 셈이다.
세일 산지에 먼저 있던 사람들
세일은 사해 남쪽에서 아카바 만까지 이어지는 붉은 사암 산지다. 이 땅에 에서가 들어오기 전부터 호리 족속이 살고 있었다. 창세기 36장 20절은 이들을 그 땅의 주민이라고 부른다.
호리라는 말은 굴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와 이어진다. 세일 산지에는 바위를 파서 만든 거처가 많았다. 뒷날 나바테아 사람이 세운 페트라도 같은 지형 위에 놓인다.
세일의 일곱 아들
창세기 36장 20절과 21절은 세일의 아들을 로단과 소발과 시브온과 아나와 디손과 에셀과 디산이라고 적는다. 그리고 이들이 에돔 땅에 있는 호리 족속의 족장이라고 밝힌다. 족장이라는 말은 한 씨족을 거느린 우두머리를 가리킨다.
이어지는 절들은 각 아들의 자손을 차례로 붙인다. 이름 하나하나가 한 무리의 시작점이 된다. 짧은 명단이지만 그 땅의 사회 구조가 어떻게 짜여 있었는지를 알려 준다.
이름에 붙은 짧은 기록
로단의 아들은 호리와 헤맘이며 로단의 누이는 딤나였다. 딤나는 에서의 아들 엘리바스의 첩으로 다시 등장한다. 두 계보가 실제로 맞물렸다는 표시다.
소발의 아들로는 알완과 마나핫과 에발과 스보와 오남이 기록된다. 시브온에게서는 아야와 아나가 났다. 아나는 아버지 시브온의 나귀를 칠 때 광야에서 온천을 발견한 사람으로 적혀 있다.
에돔에 흡수되다
신명기 2장 12절은 호리 족속이 세일에 거주하였는데 에서의 자손이 그들을 몰아내고 멸하고 그 땅에 거주하였다고 전한다. 정복은 완전한 절멸로 끝나지 않았다. 창세기 36장의 명단이 그 증거다.
딤나가 엘리바스의 첩이 된 일이나 오홀리바마의 계보에 아나의 이름이 얹힌 일은 혼인으로 두 집단이 섞였음을 보여 준다. 호리 족장과 에돔 족장이 한 장 안에 함께 기록된 이유이기도 하다. 정복한 쪽의 족보에 정복당한 쪽의 이름이 남은 것이다.
성경이 이 명단을 남긴 자리
창세기는 언약의 계보를 이삭과 야곱으로 끌고 간다. 호리 족속은 그 줄기와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이름과 족장과 세대가 꼼꼼히 적혀 있다.
성경의 족보는 이스라엘만 다루지 않는다. 주변 민족의 기원과 이동까지 기록에 넣는다. 신명기가 세일 땅을 에서의 자손에게 주었다고 밝히는 대목도 같은 시야에서 나온다 (신 2:5).
마무리
호리 족속 세일의 자손은 성경에서 짧게 지나간다. 한 장의 열 절 남짓이 전부다. 그러나 그 짧은 기록은 에돔이라는 나라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음을 알려 준다.
먼저 살던 사람들이 있었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으며 두 무리는 결국 섞였다. 창세기 36장은 이 과정을 논평 없이 명단으로만 남겼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6:20-21 — 그 땅의 주민 호리 족속 세일의 자손은 로단과 소발과 시브온이요
- 창세기 36:12 — 딤나가 엘리바스의 첩이 되어 아말렉을 낳았으며
- 창세기 36:24 — 아나는 아버지의 나귀를 칠 때에 광야에서 온천을 발견하였고
- 신명기 2:5 — 내가 세일 산을 에서에게 기업으로 주었은즉
- 신명기 2:12 — 호리 족속이 세일에 거주하였더니 에서의 자손이 그들을 멸하고 거기에 거주하였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