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사람
가나안 사람은 오늘의 이스라엘과 레바논 일대에 살던 여러 부족을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창세기 10장은 이들을 노아의 아들 함의 손자 가나안에게서 갈라져 나온 계보로 정리한다. 아브람이 세겜에 이르렀을 때에도 그 땅에는 이미 가나안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바알과 아세라를 섬겼고 자녀를 불살라 바치는 의식까지 행했다. 여호수아는 여리고를 시작으로 이 땅을 차지해 나갔다. 그러나 사사기에서 쫓아내지 못한 부족들이 그대로 남는다. 남겨진 이웃은 이스라엘의 신앙을 오래 흔들었다.
성경에서 가나안 사람은 한 부족이 아니라 여러 민족을 묶는 이름이다. 이스라엘이 들어가기 전 그 땅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들을 가리킨다. 아브라함부터 사사 시대까지 이들이 계속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름의 기원과 계보
가나안은 노아의 아들 함이 낳은 아들이다. 노아가 술에서 깨어난 뒤 저주를 선언한 대상도 가나안이었다(창 9:25). 창세기 10장의 족보는 가나안에게서 시돈과 헷 그리고 여부스와 아모리와 기르가스와 히위 같은 갈래가 나왔다고 적는다(창 10:15-18). 성경이 이 민족을 소개하는 첫 자리부터 심판의 그늘이 얹혀 있다.
가나안 땅의 범위
창세기 10장 19절은 이들의 경계를 시돈에서 그랄을 지나 가사까지 그리고 소돔과 고모라 쪽으로 잡는다. 지중해 연안과 요단 서쪽의 산지와 평야가 대부분 여기 들어간다. 오늘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 레바논과 요르단 및 시리아 일부가 겹친다. 성읍마다 왕이 따로 있는 도시 국가 형태였다.
아브람이 지나던 시절
아브람이 하란을 떠나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에 이르렀을 때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이 있었다(창 12:6). 여호와께서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셨다(창 12:7). 약속은 주어졌으나 실현은 수백 년 뒤로 미뤄진다. 창세기 15장 16절은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않았다는 이유를 댄다.
종교와 관습
가나안 종교의 중심에는 폭풍과 풍요의 신 바알과 여신 아세라가 있었다. 농사의 성패를 신들의 성행위와 연결한 제의였고 신전 매춘이 뒤따랐다. 자녀를 불살라 바치는 관습도 기록에 남아 있다. 레위기 18장 3절에서 하나님은 가나안 땅의 풍속을 따르지 말라고 못 박으신다.
여호수아의 정복
출애굽 세대 다음에 여호수아가 요단을 건넜다. 여호수아 3장 10절은 살아 계신 하나님이 가나안과 헷과 히위와 브리스와 기르가스와 아모리와 여부스 족속을 쫓아내시리라고 선포한다. 여리고 성이 무너진 뒤 남부와 북부 연합군이 차례로 무너졌다. 정복은 영토 확장이 아니라 오래 미뤄진 심판의 집행으로 서술된다.
쫓아내지 못한 자리
사사기 1장은 다른 결말을 전한다. 므낫세도 에브라임도 스불론도 자기 몫의 성읍에서 거민을 쫓아내지 못했다(삿 1:27-33). 남은 사람들은 이웃이 되었고 곧 신앙의 통로가 됐다. 사사기 2장 11절부터 13절은 이스라엘이 바알들과 아스다롯을 섬겼다고 기록한다. 성벽이 아니라 결혼과 제단에서 경계가 무너졌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가나안 사람은 이스라엘의 적이면서 동시에 거울이었다. 그들의 죄악이 심판을 부른 것처럼 같은 길을 걷던 이스라엘도 뒷날 그 땅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이름 자체가 운명은 아니었다. 여리고의 라합은 가나안 성읍 사람이었으나 이스라엘에 속했고 마태복음 1장 5절의 족보에 오른다. 마태복음 15장 22절에서 예수께 나아온 가나안 여자는 큰 믿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마무리
가나안 사람은 약속의 땅에서 먼저 살던 이웃이자 이스라엘이 끝내 정리하지 못한 숙제였다. 고고학 발굴은 이들의 도시 문화와 문자와 교역망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 성경은 그 문명의 수준보다 그 예배의 방향을 문제 삼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9:25 —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
- 창세기 10:15-19 — 가나안의 자손과 그 경계
- 창세기 12:6-7 — 그 땅에 가나안 사람이 있었더라
- 레위기 18:3 — 가나안 땅의 풍속을 따르지 말며
- 여호수아 3:10 — 하나님이 가나안 족속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시리라
- 사사기 2:11-13 — 이스라엘이 바알들과 아스다롯을 섬기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