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 네게브
네게브는 가나안 남쪽에 놓인 건조한 지역이다. 우리말 성경은 대개 남방으로 옮긴다. 비가 적고 초목이 성기며 물을 찾아 옮겨 다녀야 하는 땅이다. 아브람은 처음 가나안에 들어올 때도 이 길을 지났고 애굽에서 올라올 때도 이곳을 거쳤다.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해진 채로 그는 남방을 지나 벧엘까지 올라간다. 네게브는 애굽과 가나안을 잇는 통로이자 교역로였다. 성경에서 이 땅은 정착이 아니라 이동과 기다림의 자리로 등장한다. 아브람은 이 땅에 자리 잡지 않고 장막을 치며 지나갔다. 약속받고도 아직 소유하지 못한 상태를 보여 준다.
창세기 12장과 13장에는 남방이라는 말이 거듭 나온다. 히브리어 네게브를 옮긴 표현이다. 아브람의 이동 경로를 이해하려면 이 지역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한다.
어디에 있는 땅인가
네게브는 오늘날 이스라엘 남부를 차지하는 넓은 건조 지대다. 북쪽으로는 유다의 구릉지가 이어지고 남쪽으로는 시내 광야로 넘어간다. 가나안의 농경 지대와 사막 사이에 낀 전이 지역이다. 경계가 뚜렷한 국경이 아니라 강수량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지대다.
땅의 성격
비가 적게 내리고 초목이 드문드문 자란다. 우물과 계절 하천이 생존의 조건이 된다. 한곳에 오래 머무는 농사보다 가축을 몰고 옮겨 다니는 삶에 맞는 환경이다. 아브람과 같은 유목민이 이 지역을 오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브람이 처음 지난 길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아브람은 세겜과 벧엘을 거쳐 계속 남방으로 옮겨 갔다(창 12:9). 가나안 땅을 남쪽 끝까지 훑어본 셈이다. 그 무렵 그 땅에 기근이 심하여 그는 애굽으로 내려간다(창 12:10). 네게브는 애굽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다.
애굽에서 돌아오는 길
바로가 아브람을 내보낸 뒤 그는 다시 남방으로 올라온다. 창세기 13장 1절은 그와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가 남방으로 올라갔다고 적는다. 그때 그에게는 가축과 은과 금이 풍부하였다(창 13:2). 그는 남방에서 여러 곳을 거쳐 벧엘과 아이 사이의 옛 제단 자리까지 올라간다(창 13:3-4).
통로이자 교역로
네게브는 애굽과 가나안을 잇는 이동로였다. 대상들이 지나다녔고 물이 나는 지점마다 사람이 모였다. 흉년이 들면 가나안 사람들이 이 길로 남쪽에 내려가 곡식을 구했다. 아브람의 여정은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쓰던 경로를 그대로 따른다.
함께 움직인 사람들
이 여정에는 아내 사래가 동행한다. 조카 롯도 함께 이동한다. 롯은 뒤에 요단 들판을 골라 아브람과 갈라선다(창 13:10-11). 남방의 좁은 목초지가 두 집안의 분리를 앞당긴 배경이 된다.
마무리
네게브는 아브람이 자리 잡은 곳이 아니라 지나간 곳이다. 약속받은 땅 안에 있으면서도 아직 소유하지 못한 상태를 보여 주는 지형이기도 하다. 그 건조한 길 위에서 아브람은 장막을 치고 제단을 쌓으며 이동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9 — 아브람이 점점 남방으로 옮겨갔더라
- 창세기 12:10 —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
- 창세기 13:1 — 아브람이 애굽에서 나와 모든 소유와 함께 남방으로 올라가니
- 창세기 13:3 — 그가 남방에서부터 길을 떠나 벧엘에 이르며
- 창세기 13:11 — 롯이 요단 온 지역을 택하고 동으로 옮기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