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므롯
니므롯은 함의 손자이며 구스의 아들이다. 창세기 10장은 그가 세상에 첫 용사가 되었고 여호와 앞에 용감한 사냥꾼이었다고 적는다. 그 표현이 속담처럼 쓰였다는 설명까지 덧붙는다. 그는 시날 땅에서 나라를 세웠고 뒤에 앗수르로 나아가 여러 성읍을 지었다. 성경은 그를 칭찬하지도 정죄하지도 않는다. 다만 홍수 이후 처음으로 권력을 모은 사람으로 기록한다. 후대 전승은 그를 바벨탑과 이으며 하나님께 맞선 폭군으로 그렸다. 미가 5장 6절은 앗수르 땅을 니므롯 땅이라 부른다.
창세기 10장의 긴 이름 목록 사이에 니므롯 한 사람만 설명이 붙어 있다. 다른 이름은 누가 누구를 낳았다는 기록으로 끝난다. 이 사람에게만 다섯 절이 쓰였다.
혈통과 자리
창세기 10장 8절은 구스가 니므롯을 낳았다고 적는다. 구스는 함의 아들이니 니므롯은 노아의 증손이다. 함의 자손은 대체로 아프리카 북부와 가나안 방면에 자리 잡은 무리로 묶인다. 그런데 니므롯은 메소포타미아에서 나라를 세운다. 계보의 흐름에서 벗어난 자리에 그의 이름이 놓여 있다.
여호와 앞에 용감한 사냥꾼
성경은 그가 세상에 첫 용사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 여호와 앞에 용감한 사냥꾼이라 부르고 그 말이 속담이 되었다고 덧붙인다. 사냥 솜씨를 기린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고대 근동에서 사냥은 왕의 힘을 드러내는 일이었다.
여호와 앞이라는 말은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하나님이 보시기에 뛰어났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 앞에서 거리낌 없이 힘을 휘둘렀다는 뜻이다. 본문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못 박기 어렵다.
나라를 세운 사람
창세기 10장 10절은 그의 나라가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다고 적는다. 11절과 12절은 그가 그 땅에서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레센을 건설했다고 전한다. 홍수 이후 처음으로 여러 성읍을 묶어 다스린 인물이 그였다. 나라라는 말이 성경에서 처음 쓰인 자리이기도 하다.
바벨탑 전승과의 연결
니므롯의 기록 바로 뒤에 창세기 11장 바벨탑 이야기가 온다. 두 본문이 이어져 있고 무대도 같은 시날 평지다. 그래서 유대 전승과 초기 기독교 문헌은 니므롯을 탑을 세운 주동자로 그렸다. 성경 본문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바벨을 다스렸다는 사실만 적을 뿐이다.
뒷날 성경이 부르는 이름
니므롯의 이름은 예언서에도 남는다. 미가 5장 6절은 앗수르 땅을 니므롯 땅이라 부른다. 그가 세운 성읍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도 그 이름으로 기억되었다는 뜻이다. 바벨과 니느웨는 뒷날 이스라엘을 무너뜨린 두 제국의 수도가 된다. 창세기 10장의 짧은 기록이 뒤에 오는 역사의 씨앗을 미리 보여 주는 셈이다.
마무리
성경은 니므롯을 길게 평가하지 않는다. 힘과 성취를 담담하게 적고 넘어간다. 그러나 그가 세운 도시들의 이름이 뒤로 갈수록 무겁게 울린다. 인물 자체보다 그가 남긴 자리를 따라 읽어야 하는 이름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0:8-9 — 구스가 니므롯을 낳았고 그가 세상에 첫 용사가 되었다
- 창세기 10:10 —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다
- 창세기 10:11-12 —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갈라를 건설하다
- 미가 5:6 — 앗수르 땅과 니므롯 땅
- 창세기 11:1-9 — 시날 평지에 성읍과 탑을 세우려 한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