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니므롯의 나라

창세기 10장 10절은 성경에서 나라라는 말을 처음 쓴다. 니므롯의 나라가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록이다. 그는 거기서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레센을 세웠다. 시날은 두 강 사이의 남부 메소포타미아를 가리키며 도시 문명이 가장 먼저 일어난 지역이다. 여덟 성읍의 이름은 뒷날 바벨론과 앗수르 제국의 중심지로 다시 등장한다. 홍수 이후 인류가 성읍을 세우기 시작한 첫 장면이 여기 담겨 있다. 바벨과 니느웨는 뒷날 두 제국의 수도가 된다.

창세기 10장은 민족의 이름을 나열하는 목록이다. 그 가운데 성읍 여덟 개를 한꺼번에 적은 대목이 있다. 니므롯이 세운 나라의 범위를 밝히는 자리다.

나라라는 말이 처음 쓰인 자리

창세기 10장 10절에 그의 나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성경에서 왕국을 뜻하는 이 낱말이 처음 등장하는 구절이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가족과 씨족 단위로 살았다. 여러 성읍을 하나로 묶어 다스리는 형태가 여기서 처음 기록된다. 권력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한 시점을 성경이 표시한 셈이다.

시날 땅의 네 성읍

처음 네 성읍은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다. 시날은 두 강 사이 남부 지역을 가리키는 옛 이름이다. 에렉은 오늘날 우루크로 알려진 도시이며 사람이 세운 가장 이른 도시 가운데 하나다. 악갓은 아카드 왕국의 이름과 이어진다. 바벨은 뒷날 바벨론이라는 이름으로 고대 세계의 중심 도시가 된다.

앗수르로 나아가 세운 성읍

창세기 10장 11절과 12절은 그가 그 땅에서 앗수르로 나아갔다고 적는다. 거기서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를 세웠고 니느웨와 갈라 사이에 레센을 두었다. 남부에서 북부로 세력이 뻗어 간 모습이다.
니느웨는 뒷날 앗수르 제국의 수도가 된다. 요나가 가기 싫어했던 도시이자 나훔이 멸망을 선언한 도시다.

시날 평지와 바벨탑

창세기 11장은 사람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했다고 적는다. 니므롯의 나라가 시작된 바로 그 땅이다. 그들은 벽돌을 구워 성읍과 탑을 세우고 이름을 내려 했다. 하나님이 언어를 흩으시자 공사는 멈췄다. 두 본문은 같은 무대에서 이어지므로 함께 읽는 편이 자연스럽다.

다스리라는 명령과의 거리

창세기 1장 28절에서 하나님은 사람에게 땅에 충만하고 다스리라고 하셨다. 성읍을 세우고 질서를 만드는 일 자체가 어긋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다. 창세기 11장의 사람들은 흩어짐을 면하려고 한곳에 모였다. 충만하라는 말씀과 반대쪽으로 움직인 셈이다.

성경 전체에서 남은 자취

니므롯이 세운 두 도시가 이스라엘 역사를 갈랐다. 앗수르는 북이스라엘을 무너뜨렸고 바벨론은 남유다를 사로잡아 갔다. 예언서는 이 두 이름을 교만한 권력의 상징으로 쓴다. 요한계시록도 큰 성 바벨론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이어받는다. 창세기 10장의 성읍 목록은 그 긴 흐름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

마무리

니므롯의 나라는 몇 줄로만 적힌 기록이다. 그러나 그 안의 지명이 성경 전체에 되풀이해 나타난다. 이 목록을 읽을 때는 도시의 이름을 하나씩 짚으며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떠올리면 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0:10 —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되었다
  • 창세기 10:11-12 — 앗수르로 나아가 니느웨와 르호보딜과 갈라와 레센을 세우다
  • 창세기 11:1-4 — 시날 평지에서 성읍과 탑을 세우려 한 사람들
  • 창세기 1:28 —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 미가 5:6 — 앗수르 땅 곧 니므롯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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