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천사의 메시지
요한계시록 14장에는 세 천사가 차례로 나와 선포한다. 그 가운데 두 번째 천사의 말이 바벨론의 무너짐이다.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모든 나라에게 그의 음행으로 말미암아 진노의 포도주를 먹이던 자로다 하는 선언이다. 여기서 바벨론은 하나님을 거스르는 부패한 체제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인다. 무너졌다는 말이 두 번 겹치면서 심판의 확정을 나타낸다. 본문은 그 체제에서 떠나라는 요구를 뒤에 담고 있다. 역사 속 로마로 읽는 해석과 마지막 때의 체제로 읽는 해석이 함께 있다.
요한계시록 14장을 읽다 보면 천사 셋이 잇달아 등장한다. 첫째는 영원한 복음을 전하고 둘째는 바벨론의 무너짐을 알린다. 8절 한 절에 담긴 이 선포가 둘째 천사의 메시지다.
어린 양과 십사만 사천 뒤에 오는 장면
14장은 어린 양이 시온 산에 섰고 그와 함께 십사만 사천이 서 있는 광경으로 열린다. 새 노래가 보좌 앞에서 불린다.
그 뒤에 세 천사의 선포가 이어진다. 앞의 환상이 구원받은 무리를 보여주었다면 천사들의 말은 세상을 향한 경고를 담는다.
선포의 본문
요한계시록 14장 8절은 이렇게 기록한다. 또 다른 천사 곧 둘째가 그 뒤를 따라 말하되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모든 나라에게 그의 음행으로 말미암은 진노의 포도주를 먹이던 자로다 하더라.
선포는 짧고 반복이 강하다. 설명이나 조건이 붙지 않는다.
바벨론이라는 이름
바벨론은 역사 속에서 부와 힘과 우상 숭배로 알려진 도시였다. 예언서들은 그 이름을 하나님을 거스르는 세력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써 왔다.
요한계시록에서도 바벨론은 한 도시의 이름을 넘어선다.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대적하는 부패한 체제 전체를 담는 이름으로 쓰인다.
무너졌도다를 두 번 말한 이유
무너졌다는 말이 겹쳐 나온다. 이 반복은 확정과 완결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끝난 일처럼 선포한다.
예언 문학에서 이런 어법은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는 뜻을 담는다. 그 체제에 기대어 사는 이들에게는 경고로 들린다.
진노의 포도주라는 표현
바벨론이 모든 나라에게 음행의 포도주를 먹였다는 말은 영적 간음을 가리킨다. 한 도시의 죄가 그 도시 안에 머물지 않았다는 뜻이다.
포도주는 취하게 하는 것이고 분별을 흐린다. 나라들이 그 영향에 젖어 함께 심판의 자리로 간다는 그림이다.
떠나라는 요구
선포 안에는 분리의 요구가 함께 들어 있다. 요한계시록 18장 4절은 그 요구를 직접 말한다.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는 음성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과 구별되어야 한다는 성경 전체의 주제가 여기서 다시 나타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둘째 천사의 메시지는 하나님의 공의와 나라의 승리를 함께 말한다. 땅의 권세는 오래가지 않고 하나님의 통치는 남는다는 대비다.
교회 역사에서 바벨론의 정체를 두고 해석이 갈려 왔다. 로마 제국 같은 구체적 세력으로 본 견해가 있고 시대마다 나타나는 반그리스도적 권세로 읽은 견해가 있다. 마지막 때에 일어날 세계적 체제로 보는 견해도 이어진다.
마무리
둘째 천사의 말은 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 문장이 요한계시록 후반부에서 길게 펼쳐진다. 17장과 18장이 바벨론의 실체와 최후를 자세히 그린다. 14장 8절은 그 결말을 미리 알리는 선언인 셈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요한계시록 14:8 —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 요한계시록 14:6-7 — 영원한 복음을 가진 다른 천사가 공중에 날아가매
- 요한계시록 18:4 —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라
- 요한계시록 17:5 — 그의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큰 바벨론이라
- 이사야 21:9 — 함락되었도다 함락되었도다 바벨론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