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래가 바로의 궁으로 들어가다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아브람은 애굽으로 내려갔다. 국경에 이르러 아내에게 누이라 말하라고 부탁한다. 사래의 용모 때문에 애굽 사람들이 자기를 죽일까 두려웠던 것이다. 바로의 신하들이 사래를 칭찬했고 사래는 궁으로 불려 들어갔다. 아브람은 그 대가로 양과 소와 종과 낙타를 얻었다. 여호와께서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 사실을 알게 된 바로는 아브람을 불러 꾸짖고 아내와 재산을 함께 돌려보냈다. 아브람은 재산을 얻어 애굽을 떠났다.
창세기 12장 끝부분은 앞선 부르심의 장면과 분위기가 다르다. 큰 민족을 이루겠다는 약속을 받은 사람이 국경에서 거짓말을 준비한다.
기근이 몰아낸 길
아브람은 가나안에 이르러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 땅에 기근이 들었고 기근이 심했다(창 12:10).
아브람은 애굽으로 내려가 거류하기로 했다. 나일강 유역은 가뭄에도 곡식이 있던 땅이라 근동 사람들이 흉년에 자주 찾던 곳이다.
국경에서 한 부탁
애굽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아브람이 아내에게 말했다. 그대는 아리따운 여인이라 애굽 사람이 그대를 볼 때에 이는 그의 아내라 하여 나는 죽이고 그대는 살리리니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창 12:11-13).
부탁의 이유가 분명하다. 자기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아내의 안전은 계산에 들어 있지 않았다.
궁으로 들어간 사래
애굽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사래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바로의 신하들도 그를 보고 바로 앞에서 칭찬했고 사래는 왕궁으로 들여졌다(창 12:14-15).
아브람은 사래로 인해 후대를 받았다. 양과 소와 나귀와 종과 낙타를 얻었다고 본문은 목록까지 적는다. 거짓말이 재산으로 바뀐 셈이다.
여호와의 개입
기록은 짧고 단호하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창 12:17).
재앙의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다만 바로가 그 원인을 알아낼 만큼 분명했다는 사실은 뒤이은 장면에서 드러난다.
바로의 꾸짖음
바로는 아브람을 불러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나에게 이렇게 행하였느냐 그가 네 아내라고 왜 내게 말하지 아니하였느냐(창 12:18-19).
이방 왕이 언약의 사람을 꾸짖는 구도다. 바로는 아내를 돌려주고 사람들에게 명하여 아브람과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를 보내게 했다.
되풀이된 같은 일
아브람은 훗날 그랄에서 아비멜렉에게 같은 방식을 썼다(창 20장). 그때도 하나님이 개입해 사라를 지키셨다.
이삭 역시 그랄에서 리브가를 두고 비슷한 말을 했다(창 26:7). 세 번의 기록이 나란히 놓이면서 이 실패가 한 번의 실수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사건은 약속의 어머니가 될 사래가 언약 밖으로 밀려날 뻔한 순간이다. 사래가 바로의 아내로 남았다면 이삭의 출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갔다가 재앙 뒤에 재산을 얻어 나오는 흐름은 훗날 출애굽의 구도를 앞서 보여 준다. 창세기는 사람의 실패에도 언약이 끊기지 않았음을 이 대목에서 기록한다.
마무리
아브람의 두려움은 이해할 만하지만 결과는 아내를 위험에 내주는 것이었다. 사태를 돌려놓은 쪽은 아브람의 지혜가 아니라 여호와의 개입이다. 창세기 12장은 부르심의 영광과 사람의 약함을 한 장 안에 나란히 적어 두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10 —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내려갔으니
- 창세기 12:13 —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 창세기 12:15 — 그 여인을 바로의 궁으로 이끌어들인지라
- 창세기 12:17 — 여호와께서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
- 창세기 12:19 —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데리고 가라
- 창세기 20:2 — 아브라함이 그의 아내 사라를 자기 누이라 하였으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