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세겜의 혼인 요청

세겜은 디나를 아내로 달라고 아버지 하몰에게 청했다. 하몰은 야곱과 그 아들들을 찾아와 두 백성이 서로 혼인하고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세겜 자신은 혼수와 예물을 얼마든 내겠다고 말했다. 고대 근동에서 혼인은 이런 사태를 수습하는 통상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야곱의 아들들은 속임수로 답했다. 성읍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라는 조건이었고 그 뒤에는 보복의 계획이 숨어 있었다. 협상 자체가 함정이 된 드문 기록이다. 창세기 34장은 어느 편도 옹호하지 않고 그 결과만 남겨 둔다.

창세기 34장의 중심에는 혼인 협상이 놓여 있다. 세겜이 디나를 아내로 원했고 두 집안이 마주 앉았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담판이었으나 한쪽은 처음부터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

아내로 달라는 요청

창세기 34장 4절에서 세겜은 아버지 하몰에게 이 소녀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달라고 말한다. 당시 혼인은 당사자가 아니라 두 집안이 정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서는 절차가 뒤따랐다.
세겜의 요청은 앞서 저지른 일을 관습대로 수습하려는 시도이기도 했다. 혼인이 성립되면 두 집안의 관계가 정식으로 묶였다.

하몰의 제안

하몰은 야곱과 그 아들들에게 찾아와 말한다. 창세기 34장 9절은 우리와 서로 혼인하여 너희 딸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 딸을 너희가 데려가라는 제안을 전한다. 이어 땅에서 함께 거주하며 매매하고 기업을 얻으라는 조건이 덧붙는다.
한 사람의 혼인을 넘어 두 집단의 통합을 겨냥한 제안이었다. 야곱의 집안은 수가 적은 이방인이었으므로 나쁘지 않은 조건처럼 보였다.

값을 묻지 않는 신랑

세겜은 직접 나서서 말한다. 창세기 34장 12절은 아무리 큰 혼수와 예물을 청할지라도 말하는 대로 주겠으니 소녀만 아내로 달라는 말을 기록한다. 당시 신랑 측은 신부 집안에 값을 치르는 것이 관례였다.
세겜은 그 값에 상한을 두지 않았다. 요청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할례라는 조건

야곱의 아들들은 속여서 대답했다. 창세기 34장 13절은 그들이 누이 디나를 더럽혔으므로 속임수로 답했다고 분명히 적는다. 할례받지 않은 사람에게 누이를 줄 수 없다는 것이 표면상의 이유였다.
조건은 성읍의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는 일이었다. 그러면 서로 혼인하고 한 백성이 되겠다고 했다. 이 요구는 언약의 표를 협상 카드로 쓴 셈이다.

성읍이 조건을 받아들이다

하몰과 세겜은 이 말을 좋게 여겼다. 세겜은 야곱의 딸을 기뻐했으므로 지체하지 않고 그 일을 행했다. 두 사람은 성문에 나가 성읍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들이 내세운 설득의 근거는 실리였다. 야곱의 집안이 가진 가축과 재산이 결국 자기들 것이 되리라는 말이었다. 성문으로 출입하는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았다.

협상의 결말

사흘째 되는 날 사람들이 아직 아파할 때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 성읍을 쳤다. 하몰과 세겜을 포함해 모든 남자가 죽었다. 형제들은 세겜의 집에서 디나를 데리고 나왔다.
야곱은 두 아들을 꾸짖었다. 그들이 이 땅 주민 앞에서 자기를 악취가 나게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협상은 성경이 기록한 혼인 담판 가운데 가장 어두운 사례다. 관습에 따른 절차가 진행됐으나 그 안에 보복의 계획이 들어 있었다. 언약의 표인 할례가 무기로 쓰였다는 점도 그렇다.
창세기 49장에서 야곱은 시므온과 레위의 칼을 다시 언급하며 그들을 이스라엘 중에 흩으리라고 말한다. 협상의 결과가 지파의 미래까지 바꾸었다.

마무리

세겜의 요청은 관습의 틀 안에 있었고 하몰의 제안도 형식을 갖추었다. 그러나 앞선 폭력이 남긴 분노가 그 틀을 무너뜨렸다. 창세기 34장은 어느 쪽도 옹호하지 않고 결과만 남겨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4:4 — 이 소녀를 내 아내로 얻게 하여 주소서
  • 창세기 34:8-10 — 하몰이 서로 혼인하고 이 땅에서 함께 거주하자고 제안하다
  • 창세기 34:12 — 아무리 큰 혼수와 예물을 청할지라도 말하는 대로 주리니
  • 창세기 34:13 — 야곱의 아들들이 속여 대답하였으니 그 누이를 더럽혔음이라
  • 창세기 34:24 — 성문으로 출입하는 모든 남자가 할례를 받으니라
  • 창세기 34:30 — 나로 이 땅 주민에게 악취를 내게 하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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