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의 부르심
창세기 12장은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명하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목적지는 알려 주지 않고 보여 줄 땅이라고만 하셨다. 명령에 이어 큰 민족과 복과 이름을 주시겠다는 약속이 붙는다. 약속의 끝은 땅의 모든 족속이 아브람에게서 복을 얻는다는 말이다. 아브람은 일흔다섯에 하란을 떠나 가나안까지 내려갔다. 그 땅에는 이미 가나안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세겜과 벧엘에 제단을 쌓아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 히브리서는 이 걸음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간 믿음이라 부른다.
창세기 12장의 첫 문장은 설명 없이 명령으로 시작한다. 하나님이 왜 아브람을 택하셨는지 본문은 말하지 않는다. 부르심의 근거는 아브람의 자격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에 있다.
부르심 이전의 아브람
아브람은 갈대아 우르 출신이다. 아버지 데라가 가족을 이끌고 우르를 떠나 하란에 머물렀고 거기서 죽었다(창 11:31-32). 우르와 하란은 모두 달 신을 섬기던 도시였다. 여호수아 24장 2절은 강 저편에 살던 조상들이 다른 신들을 섬겼다고 기록한다. 사도행전 7장 2절에서 스데반은 하나님이 하란에 있기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셨다고 전한다.
떠나라는 명령
명령은 세 겹으로 좁혀진다. 본토를 떠나고 친척을 떠나고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것이다(창 12:1). 뒤로 갈수록 끊어 내기 어려운 관계다. 고대 근동에서 가문과 성읍을 벗어난 사람은 법적 보호도 생계의 기반도 잃었다. 게다가 목적지는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이라는 말뿐이었다.
세 겹의 약속
명령 뒤에 약속이 이어진다. 큰 민족을 이루게 하고 복을 주며 이름을 창대하게 하시겠다는 것이다(창 12:2). 축복하는 자에게는 복을 내리고 저주하는 자에게는 저주로 갚으신다는 보호의 말도 붙는다. 마지막 절은 범위를 넓힌다. 땅의 모든 족속이 아브람에게서 복을 얻으리라는 선언이다(창 12:3). 개인의 복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맡겨진 임무였다.
순종의 실제 여정
아브람은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 떠났고 그때 나이가 일흔다섯이었다(창 12:4). 하란에서 가나안까지는 천육백 킬로미터가 넘는 길이다. 그는 아내 사래와 조카 롯 그리고 하란에서 모은 사람과 재산을 데리고 내려갔다. 히브리서 11장 8절은 이 걸음을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간 믿음이라 부른다.
세겜과 벧엘의 제단
아브람이 처음 멈춘 곳은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 곁이었다. 그 땅에는 가나안 사람이 살고 있었다(창 12:6). 여호와께서 나타나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시자 아브람은 제단을 쌓았다(창 12:7). 그는 벧엘 동쪽 산으로 옮겨 다시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창 12:8). 땅은 아직 남의 것이었고 그가 가진 것은 약속뿐이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부르심에서 아브라함 언약이 시작된다. 창세기 15장과 17장의 언약 체결은 여기서 주어진 약속을 확정하는 절차다. 갈라디아서 3장 8절은 모든 이방인이 복을 받으리라는 이 말을 미리 전한 복음이라고 부른다. 같은 장 16절은 약속이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에게 주어졌으며 그 자손이 그리스도라고 밝힌다. 이스라엘의 역사도 교회의 선교도 모두 이 한 문장에서 갈라져 나온다.
마무리
아브람이 얻은 것은 지도가 아니라 약속이었다. 그는 평생 가나안에서 나그네로 살았고 무덤 하나만 값을 치르고 샀다. 창세기가 부르심을 기록한 방식은 담담하다. 하나님이 말씀하셨고 사람이 떠났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1:31 — 데라가 가족을 이끌고 우르를 떠나 하란에 머물다
- 창세기 12:1 — 너는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보여 줄 땅으로 가라
- 창세기 12:3 —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 창세기 12:7 — 내가 이 땅을 네 자손에게 주리라 하시니 제단을 쌓다
- 히브리서 11:8 —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으며
- 갈라디아서 3:8 — 모든 이방인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