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이 멜기세덱을 만나다
아브람이 그돌라오멜과 동맹한 왕들을 치고 조카 롯을 되찾아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웨 골짜기에서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들고 마중 나온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 불린다. 멜기세덱은 아브람을 축복하고 승리를 주신 하나님을 찬송한다. 아브람은 얻은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히브리서 7장은 이 짧은 만남에서 영원한 제사장직을 읽어 낸다. 이어서 소돔 왕이 재물을 권하지만 아브람은 실 한 오라기도 받지 않겠다고 답한다. 축복을 받은 손이 뒤이은 제안을 물리친 셈이다.
창세기 14장은 전쟁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가 마지막에 뜻밖의 인물을 등장시킨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 네 절 동안 나타났다 사라진다. 성경 전체에서 그의 이름이 다시 불리는 자리는 시편과 히브리서뿐이다.
네 왕과의 전쟁
그돌라오멜을 비롯한 네 왕이 소돔과 고모라를 포함한 다섯 왕을 쳤다. 승자들은 소돔의 재물과 사람을 끌고 갔고 그 안에 아브람의 조카 롯이 있었다. 소식을 들은 아브람은 집에서 기른 장정 삼백십팔 명을 이끌고 추격했다. 그는 롯과 재물과 사람들을 되찾아 돌아온다.
사웨 골짜기의 만남
돌아오는 길목이 사웨 골짜기였다. 왕의 골짜기라고도 불린 곳이다. 소돔 왕이 아브람을 맞으러 나왔고 그 자리에 멜기세덱도 나타난다. 창세기 14장 18절은 그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고 적는다.
살렘 왕이자 제사장
멜기세덱이라는 이름은 의의 왕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살렘은 훗날의 예루살렘과 이어지는 지명이며 그 말 자체가 평화와 통한다. 그는 왕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다. 도시 국가의 왕이 정치와 제사를 함께 맡는 일은 당시에 낯설지 않았다. 다만 그의 제사장직은 레위 지파와 모세 율법보다 훨씬 앞선다.
축복과 십분의 일
멜기세덱은 천지의 주재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복 주시기를 빈다. 이어서 대적을 아브람의 손에 붙이신 하나님을 찬송한다(창 14:19-20). 아브람은 그 축복을 받고 얻은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성경에서 십일조가 기록된 가장 이른 대목이다. 승리의 공을 하나님께 돌린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히브리서가 읽어 낸 멜기세덱
히브리서 7장은 이 짧은 기록을 길게 풀어낸다. 족보가 적히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작도 끝도 없는 제사장의 모습을 본다. 레위가 아직 조상의 허리에 있을 때 아브라함이 십일조를 냈으니 멜기세덱의 제사장직이 레위 제사장직보다 앞선다고 논증한다(히 7:9-10). 신약은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을 멜기세덱의 반차로 설명한다.
소돔 왕과의 대조
멜기세덱이 물러난 뒤 소돔 왕이 아브람에게 사람은 돌려 달라며 재물을 가지라고 한다. 아브람은 실 한 오라기도 받지 않겠다고 답한다. 소돔 왕이 아브람을 치부하게 했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앞선 축복을 받은 손이 뒤이은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마무리
창세기 14장의 만남은 네 절로 끝나고 설명이 거의 없다. 그 빈자리 덕분에 후대의 읽는 이들이 오래 머물렀다. 신약은 그 자리에서 왕이자 제사장인 한 분의 그림자를 찾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4:18 —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 창세기 14:19 — 천지의 주재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 창세기 14:20 — 아브람이 그 얻은 것에서 십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주었더라
- 창세기 14:23 — 네게 속한 것은 실 한 오라기도 내가 가지지 아니하리라
- 히브리서 7:1-3 — 이 멜기세덱은 살렘 왕이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
- 히브리서 7:9-10 — 레위도 아브라함으로 말미암아 십일조를 바쳤다 할 수 있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