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이 애굽에 내려가다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아브람은 애굽으로 내려간다. 부름받은 땅을 떠나는 첫 걸음이었다. 그는 사래의 미모 때문에 자기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을 두려워했다. 누이라 하라는 말에 사래는 바로의 궁으로 들어갔고 아브람은 재산을 얻었다. 여호와께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시자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는 아브람을 불러 추궁하고 아내와 재산을 딸려 내보냈다. 기근과 재앙과 재물을 지닌 출발이라는 흐름은 훗날 이스라엘의 출애굽과 겹친다. 아브람의 실패에도 언약은 흔들리지 않고 이어졌다.
창세기 12장은 부르심과 순종으로 시작해 기근과 속임수로 끝난다. 아브람이 애굽으로 내려간 대목은 그 장의 마지막 열한 절이다. 약속의 땅에 발을 들인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가나안의 기근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 하셨다(창 12:1-3). 아브람은 세겜과 벧엘을 지나며 제단을 쌓았다. 그런데 그 땅에 기근이 들었다. 창세기 12장 10절은 기근이 심하였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내려갔다고 적는다.
애굽으로 내려가는 길
애굽은 나일강 덕분에 가뭄에도 곡식이 났다. 가나안에 흉년이 들면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아브람의 선택은 당시의 상식을 따른 것이다. 다만 하나님이 보여 주겠다고 하신 땅을 잠시 벗어나는 걸음이기도 했다.
누이라 하라
국경에 이르렀을 때 아브람은 아내에게 한 가지를 청한다. 애굽 사람이 사래를 보고 남편을 죽이고 아내만 살려 둘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누이라 말하라고 부탁한다(창 12:11-13). 그러면 자기가 사래 덕분에 후대를 받고 목숨을 건지리라는 계산이었다. 사래가 아브람의 이복 누이인 것은 사실이었으나 아내라는 사실을 감춘 말이었다.
바로의 궁으로 들어간 사래
애굽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사래가 심히 아리땁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바로의 신하들이 그를 칭찬하니 사래는 바로의 궁으로 불려 들어갔다. 아브람은 그 덕에 양과 소와 나귀와 노비와 낙타를 얻었다(창 12:14-16). 겉으로는 계획이 들어맞은 셈이었다.
여호와께서 내리신 재앙
창세기 12장 17절은 흐름을 뒤집는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의 아내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셨다. 아브람이 손을 쓴 대목은 없다. 약속의 어머니가 될 사래를 지켜 내신 쪽은 하나님이셨다.
바로의 추궁과 추방
바로는 재앙의 까닭을 알아채고 아브람을 불렀다. 어찌하여 아내라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진다.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데리고 가라는 말로 추궁이 끝난다(창 12:18-20). 바로는 사람을 붙여 아브람과 그의 아내와 모든 소유를 내보냈다. 책망을 들은 쪽은 이방 왕이 아니라 부름받은 사람이었다.
출애굽을 미리 보여 준 장면
기근에 밀려 애굽으로 내려가고 재앙이 임하고 재물을 지닌 채 나오는 흐름은 훗날 이스라엘이 겪을 일과 겹친다. 야곱의 집안이 기근에 애굽으로 내려갔고 열 가지 재앙 뒤에 그 땅을 떠났다. 창세기 12장의 짧은 사건은 그 큰 이야기의 첫 밑그림이 된다.
마무리
아브람은 두려움 앞에서 아내를 앞세웠다. 하나님은 그 실패를 덮으시고 언약을 그대로 이어 가셨다. 이 대목의 무게는 아브람의 지혜가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놓여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2:1-3 —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 창세기 12:10 —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 창세기 12:13 — 원하건대 그대는 나의 누이라 하라
- 창세기 12:17 — 여호와께서 사래의 일로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지라
- 창세기 12:19 — 네 아내가 여기 있으니 이제 데리고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