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아비멜렉의 무죄 항변

하나님이 꿈으로 죽음을 통고하시자 아비멜렉은 곧바로 항변했다. 그는 사라를 가까이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여 주께서 의로운 백성도 멸하시나이까라는 물음이 그 항변의 첫마디다. 아브라함도 사라도 남매라고 했으니 자신은 온전한 마음과 깨끗한 손으로 한 일이라는 논리였다. 하나님은 그 말을 인정하셨다. 다만 죄를 피한 이유는 왕의 결백이 아니라 자신이 막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신다. 무죄를 인정받은 왕에게도 아내를 돌려보내라는 책임은 그대로 남았다.

창세기 20장의 꿈 장면에는 왕의 변론이 통째로 실려 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이 자기 결백을 주장하는 드문 대목이다. 그 논리와 하나님의 대답을 나란히 놓고 본다.

항변이 나온 자리

아브라함은 그랄에서 사라를 자기 누이라고 소개했다. 아비멜렉은 그 말을 믿고 사라를 왕궁으로 데려갔다. 그날 밤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네가 죽으리니 그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고 통고하셨다. 왕의 항변은 그 말을 들은 직후에 나온다. 본문은 왕이 사라를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먼저 못 박는다(창 20:4).

왕의 첫마디

항변은 질문으로 시작한다. 주여 주께서 의로운 백성도 멸하시나이까(창 20:4). 왕은 자기 목숨만 걱정하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함께 죽는다는 통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물음은 아브라함이 소돔을 놓고 하나님과 나눈 대화와 닮아 있다. 의인을 악인과 함께 쓸어버리시겠느냐는 항변이 두 장에 걸쳐 되풀이된다.

속았다는 주장

이어 왕은 사실 관계를 짚는다. 그가 나에게 이는 내 누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나이까 그 여인도 그는 내 오라비라 하였사오니(창 20:5). 두 사람이 같은 말을 했다는 점이 항변의 뼈대다. 왕에게는 그 말을 의심할 근거가 없었다. 사라 본인도 같은 말을 했으니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뜻이다.

온전한 마음과 깨끗한 손

왕은 자기 상태를 두 마디로 요약한다. 나는 온전한 마음과 깨끗한 손으로 이렇게 하였나이다(창 20:5). 앞의 말은 속마음을 가리키고 뒤의 말은 행위를 가리킨다. 의도와 행동 양쪽 모두 깨끗했다는 주장이다. 성경에서 결백을 말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하나님의 대답

하나님은 왕의 말을 부정하지 않으셨다. 네가 온전한 마음으로 이렇게 한 줄을 나도 알았으므로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아니하게 하였나니(창 20:6). 인정과 정정이 한 문장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왕이 죄에 이르지 않은 것은 그의 자제력 때문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손을 대어 막으셨기 때문이다. 결백을 인정받은 자리에서 왕은 자기 공로를 잃는다.

무죄와 책임은 다르다

항변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상황이 끝나지는 않았다. 하나님은 곧바로 명령을 붙이신다. 이제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그가 너를 위하여 기도하리니 네가 살려니와(창 20:7). 몰랐다는 사실이 원상 회복의 의무를 지워 주지는 않았다. 게다가 살 길은 왕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속인 사람의 기도에 달려 있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대목은 이방 왕에게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양심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바울은 율법 없는 이방인이 본성으로 율법의 일을 행하며 그 양심이 증거가 된다고 적었다(롬 2:14-15). 아비멜렉의 항변이 그 진술의 오래된 사례로 읽힌다.
동시에 이 장면은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함께 드러낸다. 무지한 죄도 죄로 다루시되 무지한 사람을 그 죄에서 건져내신다.

마무리

아비멜렉의 변론은 논리가 분명했고 하나님도 그것을 인정하셨다. 그러나 인정은 면제가 아니었다. 왕은 이튿날 아침 곧바로 움직였고 사라를 남편에게 돌려보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0:4 — 주여 주께서 의로운 백성도 멸하시나이까
  • 창세기 20:5 — 나는 온전한 마음과 깨끗한 손으로 이렇게 하였나이다
  • 창세기 20:6 — 너를 막아 내게 범죄하지 아니하게 하였나니
  • 창세기 20:7 — 그 사람의 아내를 돌려보내라 그는 선지자라
  • 창세기 18:25 —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가 정의를 행하실 것이 아니니이까
  • 로마서 2:14-15 — 그 양심이 증거가 되어 그 생각들이 서로 혹은 고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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