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지명이야기

엔미스밧

엔미스밧은 창세기 14장 7절에 한 번 나오는 지명이다. 뜻은 심판의 샘이며 본문은 곧바로 이곳이 가데스라고 밝힌다. 네 왕의 연합군이 회군하면서 이곳을 거쳐 아말렉과 아모리 사람을 쳤다. 같은 자리는 훨씬 뒤 출애굽 세대의 진 터가 된다. 가나안을 살피러 떠난 열두 정탐꾼이 돌아와 보고한 곳도 여기였고 모세가 반석을 두 번 쳐서 가나안 입성을 잃은 곳도 여기였다. 이름에 담긴 심판이라는 말이 두 시대에 걸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단 한 절에 나오는 이름이지만 가데스라는 다른 이름으로 성경 곳곳에 이어진다.

창세기 14장을 읽다 보면 엔미스밧이라는 낯선 지명이 한 번 지나간다. 본문은 친절하게 괄호를 열어 이곳이 곧 가데스라고 알려 준다. 이름의 뜻은 심판의 샘이고 성경은 이 자리에서 두 번의 큰 시험을 기록한다.

이름의 뜻과 위치

엔미스밧은 샘을 뜻하는 말과 재판 또는 심판을 뜻하는 말이 붙은 이름이다. 우리말로 옮기면 심판의 샘이 된다. 위치는 가나안 남쪽 네게브 광야 일대다. 물이 귀한 지역에서 샘이 있는 곳은 사람이 모이고 다툼이 판가름 나는 자리였다.

오늘날 정확한 지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아인 케데이스나 아인 엘 쿠데이라트 부근으로 보는 견해가 많으나 학자들 사이에 논의가 이어진다. 다만 성경이 말하는 가데스바네아 권역이라는 점은 대체로 일치한다.

네 왕이 회군하며 지나간 자리

창세기 14장은 그돌라오멜을 비롯한 동방 왕들이 반란한 성읍들을 치러 내려온 기록이다. 이들은 남쪽 끝까지 밀고 내려갔다가 방향을 돌린다. 성경은 그 회군 지점을 엔미스밧이라 적는다.

그들은 이곳에서 아말렉 온 땅을 쳤고 하사손다말에 거주하는 아모리 사람도 쳤다. 소돔과 고모라 연합군과 맞붙기 직전의 마지막 정리 작업이었다. 이 전쟁이 롯의 포로 사건으로 이어지고 아브람이 군사를 이끌고 나서게 된다.

광야 세대가 머문 가데스

같은 자리가 출애굽 이후 다시 등장한다. 이스라엘은 시내산을 떠나 가데스바네아에 진을 쳤다. 모세는 여기에서 열두 사람을 뽑아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보냈다.

정탐꾼은 사십 일 만에 바란 광야 가데스로 돌아와 회중에게 보고했다(민 13:26). 열 사람의 보고가 백성을 무너뜨렸고 그 밤에 온 회중이 통곡했다. 약속의 땅 문턱에서 발길을 돌린 자리가 바로 이곳이다.

므리바 물과 모세의 실수

사십 년이 흐른 뒤 이스라엘은 다시 가데스에 이른다. 미리암이 여기에서 죽어 장사되었다. 물이 없어 백성이 다투자 하나님은 모세에게 반석에게 말하라고 명하셨다.

모세는 지팡이로 반석을 두 번 쳤고 물은 넉넉히 솟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와 아론이 자신을 거룩하게 하지 않았다고 하시며 두 사람이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선언하셨다(민 20:12). 그 물은 다툼이라는 뜻의 므리바로 불린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엔미스밧이라는 이름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과 정확히 맞물린다. 아브람 시대에는 열국의 칼이 여기에서 방향을 정했다. 출애굽 세대에게는 믿음이 판가름 난 자리였다.

신약은 이 사건을 잊지 않는다. 히브리서는 광야에서 노엽게 하던 날처럼 마음을 완악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그 세대가 안식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불순종에서 찾는다(히 3:15-19). 고린도전서도 광야에서 넘어진 세대를 후대의 본보기로 든다(고전 10:5-6).

마무리

엔미스밧은 성경에 단 한 번 나오는 이름이지만 가데스라는 다른 이름으로 계속 등장한다. 한쪽에는 열국의 전쟁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한 민족의 시험이 있다. 심판의 샘이라는 이름은 지형을 설명하는 말인 동시에 그 자리에서 벌어진 일들의 요약이기도 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4:7 — 그들이 돌이켜 엔미스밧 곧 가데스에 이르러
  • 민수기 13:26 — 정탐꾼이 바란 광야 가데스로 돌아와 회중에게 보고하다
  • 민수기 20:12 —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고 나를 거룩하게 하지 아니한 고로
  • 히브리서 3:19 — 그들이 믿지 아니하므로 능히 들어가지 못한 것이라
  • 고린도전서 10:5 — 그들의 다수를 하나님이 기뻐하지 아니하셨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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