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메소포타미아 여정
아브라함은 늙어서 이삭의 아내를 가나안 여자 중에서 구하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집안 살림을 맡은 늙은 종을 메소포타미아 나홀의 성으로 보냈다. 종은 낙타 열 필에 좋은 것을 싣고 길을 떠났고 성 밖 우물가에서 저녁에 걸음을 멈췄다. 거기서 리브가를 만났고 그 집의 승낙을 얻어 그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삭은 저물 때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낙타 떼를 보았다. 한 사람의 왕복 여정이 언약의 다음 세대를 이었다. 성경은 그 길에서 일어난 일을 하나하나 적어 두었다. 기적이 아니라 걸음의 기록이다.
창세기 24장은 아브라함의 죽음 직전에 놓인 긴 장이다. 사건의 대부분이 이동 중에 일어난다. 가나안에서 메소포타미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한 번의 왕복이 장 전체를 채운다.
떠나기 전의 사정
아브라함은 나이가 많았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범사에 복을 주셨다. 남은 걱정은 이삭의 혼인이었다. 언약의 약속이 이삭에게서 이어지므로 아내를 어디서 얻느냐가 문제였다. 그는 함께 사는 가나안 사람의 딸 대신 자기 고향의 친족에게서 며느리를 구하려 했다.
맹세를 받은 종
아브라함은 집안 모든 소유를 맡은 늙은 종을 불렀다. 창세기 15장 2절에 나오는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로 보는 견해가 오래되었다. 아브라함은 종의 손을 자기 허벅지 밑에 넣게 하고 맹세시켰다 (창 24:2-3). 당시 맹세의 무게를 나타내던 방식이다. 그러면서 여호와께서 사자를 앞서 보내시리라고 확언했다 (창 24:7).
길과 짐
종은 주인의 낙타 중 열 필을 끌고 좋은 것을 손에 들고 떠났다 (창 24:10). 목적지는 아람 나하라임 곧 두 강 사이의 땅에 있는 나홀의 성이었다. 가나안에서 그곳까지는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먼 길이다. 예물은 혼인 협상에 쓰일 물자이자 주인의 형편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성 밖 우물에서
종은 저녁 무렵 성 밖 우물 곁에 낙타를 꿇렸다. 여인들이 물을 길으러 나오는 시간이었다 (창 24:11). 그는 그 자리에서 기도했다. 물을 청할 때 마시라 하며 낙타에게도 먹이겠다 하는 여자를 정하신 자로 알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창 24:12-14). 낙타 열 필을 먹이려면 물을 여러 번 길어야 한다. 기도의 조건 자체가 수고를 요구했다.
리브가와의 만남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왔다. 나홀의 아내 밀가의 손녀요 브두엘의 딸이었으니 곧 아브라함의 친족이었다 (창 24:15). 그는 종에게 물을 주고 낙타가 다 마시기까지 길어다 부었다 (창 24:19-20). 종은 금 코걸이와 금 손목고리를 주고 집안을 물었다.
승낙과 귀환
종은 리브가의 집에서 여정의 목적과 우물가에서 받은 응답을 낱낱이 전했다. 라반과 브두엘은 이 일이 여호와께로 말미암았다며 승낙했다 (창 24:50-51). 리브가는 가겠느냐는 물음에 가겠나이다라고 답했다 (창 24:58). 그는 유모와 여종들과 함께 종을 따라나섰다.
들에서 만난 이삭
이삭은 브엘라해로이 쪽에서 왔고 네겝 땅에 살고 있었다. 저물 때 들에 나가 묵상하다가 눈을 들어 낙타들이 오는 것을 보았다 (창 24:62-63). 리브가는 이삭을 보고 낙타에서 내려 너울로 얼굴을 가렸다. 종이 그동안의 일을 전하자 이삭은 리브가를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데려가 아내로 삼았고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서 위로를 얻었다 (창 24:67).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여정은 한 사람의 심부름으로 끝나지 않는다. 리브가가 이삭의 아내가 되면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이 다음 대로 넘어간다. 그에게서 야곱이 나고 야곱에게서 이스라엘이 나온다. 본문은 기적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길과 우물과 낙타 같은 평범한 것들 위에서 약속이 이어진다고 기록한다.
마무리
창세기 24장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종이다. 그는 맹세를 받고 떠나 기도하고 돌아왔다. 성경은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 거의 말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매번 여호와께 먼저 물었다는 사실만 남겨 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4:2-3 — 네 손을 내 허벅지 밑에 넣으라 내가 너에게 맹세하게 하리라
- 창세기 24:7 — 그가 그의 사자를 너보다 앞서 보내실지라
- 창세기 24:10 — 낙타 열 필을 끌고 아람 나하라임으로 가서 나홀의 성에 이르러
- 창세기 24:19-20 — 당신의 낙타를 위하여도 물을 길어 그것들도 배불리 마시게 하리이다
- 창세기 24:58 — 가겠나이다
- 창세기 24:67 — 이삭이 리브가를 사랑하였으니 이에 위로를 얻었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