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완성과 안식
하나님은 엿새 동안 세상을 지으시고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며 매우 좋다고 하셨다. 일곱째 날에 일을 마치고 쉬신 뒤 그 날에 복을 주시고 거룩하게 하셨다(창 1:31-2:3). 일곱째 날에는 앞선 엿새와 달리 저녁과 아침이라는 표현이 붙지 않는데, 이 쉼이 끝을 정해 두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엿새의 일과 하루의 쉼이라는 흐름은 십계명의 안식일 계명으로 이어졌고, 히브리서는 그 안식이 그리스도에게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고대 근동의 신화와는 결이 다른 창조 이야기다.
창세기 1장의 창조 기사는 엿새로 끝나지 않는다. 지으신 것을 다 보시고 매우 좋다고 하신 뒤, 일곱째 날에 하나님은 쉬셨다. 창조의 마무리와 안식의 시작이 한 대목에 맞물려 있다.
매우 좋았더라
창세기 1장 31절부터 2장 3절까지가 이 대목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매우 좋았고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여섯째 날이었다. 그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
매우 좋았다는 말은 하나님이 지으신 결과를 두고 내리신 판정이다. 흠이 없었고 어긋난 데도 없었으며 모든 것이 지으신 뜻대로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창조가 미완으로 남지 않고 온전히 끝났음을 이 한마디가 알린다.
저녁도 아침도 없는 날
일곱째 날은 앞선 엿새와 다르게 기록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는 문장이 붙지 않는다.
이 침묵을 두고 오래전부터 해석이 이어져 왔다. 하나님이 들어가신 쉼에 끝나는 시점이 적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쉼은 힘이 빠져 멈춘 상태가 아니라 지으실 일을 마쳤기에 창조의 손을 놓으신 상태이며, 완성과 충만을 뜻한다.
거룩하게 구별된 하루
하나님은 일곱째 날에 복을 주시고 거룩하게 하셨다. 다른 날과 구별해 따로 떼어 두셨다는 뜻이다.
안식일의 틀이 여기서 잡혔다. 이후 성경에서 안식일은 되풀이해 등장하며 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의 언약을 나타내는 표징으로 쓰인다. 출애굽기 31장 13절이 그 예다.
사람에게 주어진 리듬
엿새 일하고 하루 쉬는 흐름은 사람의 생활에도 그대로 본이 됐다. 사람이 잘 살아가도록 정해진 박자였다.
이 흐름은 훗날 십계명에 조문으로 들어간다. 출애굽기 20장 8-11절은 모든 사람에게 이렛날의 쉼을 명한다. 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집안 전체와 나그네와 가축까지 그 안에 포함된다.
그리스도 안의 안식
신약은 이 안식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다. 히브리서 4장 9-10절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남아 있는 안식이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쉼은 그리스도에게 있다는 것이 이 대목의 결론이다. 창세기의 이렛날이 가리키던 것이 영적인 쉼과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이해가 여기서 나온다.
고대 근동 속에서
신이 세상을 만든 뒤 쉬었다는 이야기는 고대 근동에서 낯설지 않았다. 창세기의 기록이 남다른 점은 다른 데 있다.
한 분 하나님만을 말한다는 점, 그리고 창조가 목적과 질서를 지닌 일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이렛날을 거룩하게 구별해 쉬고 예배하는 관습은 이스라엘을 주변 민족과 갈라놓았고 언약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시가 됐다.
마무리
창조의 완성과 이렛날의 쉼은 예배와 삶의 방식을 함께 정해 놓았다. 안식은 멈추어 서서 하나님이 다스리시고 채우신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이며, 일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쉼 없이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을 함께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