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함의 잘못과 가나안의 저주

홍수가 끝난 뒤 노아는 포도나무를 심고 그 포도주에 취해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 누웠다. 가나안의 아버지 함은 그 모습을 보고 밖에 있는 두 형제에게 알렸다. 셈과 야벳은 옷을 메고 뒷걸음쳐 들어가 얼굴을 돌린 채 아버지를 덮었다. 잠에서 깬 노아는 함이 아니라 그의 아들 가나안을 향해 저주를 선언했다.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리라는 말이었다. 이 선언은 뒷날 가나안 족속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미리 요약한 형태로 읽힌다. 부모 공경이라는 계명도 여기서 이어진다.

창세기 9장 후반은 홍수 이야기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놓인 짧은 사건이다. 새 세상의 첫 기록이 아버지를 욕되게 한 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 결과로 나온 말이 가나안을 향한 저주였다.

포도원과 장막

홍수 뒤 노아는 땅을 갈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그 포도주를 마시고 취했다. 장막 안에서 옷을 벗은 채 누웠다(창 9:20-21). 성경은 이 장면을 변호하지도 정죄하지도 않고 그대로 적는다.

함이 한 일

가나안의 아버지 함이 아버지의 하체를 보았다. 그리고 밖에 있는 두 형제에게 알렸다(창 9:22). 히브리어 본문에서 보았다는 말은 스쳐 지나가는 시선에 그치지 않는다. 머물러 바라보는 쪽에 가깝다. 여기에 밖으로 말을 옮긴 행동이 더해지면서 아버지의 수치가 공개되었다.

셈과 야벳이 한 일

셈과 야벳은 옷을 가져다 어깨에 메었다. 뒷걸음쳐 장막에 들어가 아버지의 몸을 덮었다. 얼굴을 돌린 채였고 끝까지 보지 않았다(창 9:23). 본문은 두 사람의 동작을 자세히 적어 함의 처신과 나란히 놓는다.

가나안을 향한 저주

노아는 술에서 깨어 작은 아들이 한 일을 알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함이 아니라 가나안을 향했다. 가나안이 저주를 받아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리라고 했다(창 9:25). 이어서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라는 말과 야벳을 창대하게 하라는 말이 따랐다(창 9:26-27).

가나안 족속과 이스라엘

가나안의 후손은 뒷날 약속의 땅에 살던 족속이 되었다. 이스라엘과 오래 충돌했고 결국 그 땅에서 밀려났다. 창세기 9장의 선언은 그 관계를 미리 요약한 형태로 읽힌다. 창세기 15장 16절은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아직 가득 차지 않았다고 말한다.

부모 공경이라는 계명

이 사건이 겨눈 지점은 가정의 질서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은 뒤에 십계명에 자리를 잡는다(출 20:12). 신약에서 바울도 같은 계명을 약속 있는 첫 계명이라 불렀다(엡 6:2). 한 사람의 처신이 다음 세대까지 자국을 남긴다는 점도 이 본문의 결이다.

잘못 쓰인 해석

역사 속에서 이 본문은 인종 차별의 근거로 인용된 적이 있다. 본문을 차분히 읽으면 그런 사용은 설 자리가 없다. 저주의 대상은 가나안 한 갈래였다. 구스와 미스라임과 붓은 그 선언 밖에 있다.

마무리

홍수는 세상을 씻었으나 사람의 마음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방주에서 나온 가족 안에서 곧바로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창세기 9장은 죄가 그대로 남아 있음을 짧게 확인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9:21 —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 창세기 9:22 — 가나안의 아버지 함이 그의 아버지의 하체를 보고
  • 창세기 9:23 — 셈과 야벳이 옷을 가져다가 뒷걸음쳐 들어가서
  • 창세기 9:25 —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그의 형제의 종들의 종이 되기를 원하노라
  • 출애굽기 20:12 — 네 부모를 공경하라
  • 에베소서 6:2 —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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