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지명이야기

그랄

그랄은 가나안 남쪽 네게브 가까이에 있던 성읍이며 아비멜렉이라는 왕이 다스렸다. 아브라함은 이곳에서 사라를 누이라 하여 왕이 그를 데려가게 했고 하나님이 꿈에 나타나 왕을 막으셨다. 한 세대 뒤 이삭도 기근을 피해 그랄로 내려가 리브가를 누이라 했다. 이삭은 그 땅에서 백 배의 소출을 거두었고 우물 문제로 다투다 결국 아비멜렉과 화친을 맺었다.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가사 남서쪽 일대로 본다. 두 세대가 같은 약점을 되풀이했으나 언약은 다음 대로 그대로 넘어갔다.

그랄은 창세기에만 집중적으로 나오는 지명이다. 아브라함과 이삭 두 세대가 같은 곳에서 거의 같은 일을 겪는다. 두 이야기를 나란히 읽으면 이 성읍이 왜 기록에 남았는지가 드러난다.

위치와 배경

그랄은 가나안 남쪽 경계 지역에 있었다. 브엘세바에서 멀지 않고 네게브 광야와 이어진다. 성경은 이 지역을 블레셋 땅으로 부르며 아비멜렉을 그랄 왕이라 한다.
정확한 유적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가사 남서쪽 일대의 몇몇 언덕이 후보로 거론된다. 목축과 농사가 함께 가능한 땅이었다는 점은 이삭의 기록에서 확인된다.

아브라함과 사라

아브라함은 남방으로 옮겨 가데스와 술 사이에 살다가 그랄에 머물렀다. 사라를 두고 자기 누이라 하자 아비멜렉이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갔다.
그날 밤 하나님이 아비멜렉의 꿈에 나타나셨다. 네가 데려간 여인은 남편이 있는 여자이니 너는 죽은 자라는 말씀이었다 (창 20:3). 왕은 사라를 돌려보냈고 아브라함이 그를 위해 기도하자 그 집이 회복되었다.

이삭과 리브가

세월이 흐른 뒤 기근이 들자 이삭도 그랄로 내려갔다. 애굽으로 가려는 그에게 여호와께서 나타나 이 땅에 거류하라 하시며 아브라함에게 맹세한 언약을 그에게 확인하셨다 (창 26:2-3).
이삭도 아버지와 같은 선택을 했다. 리브가를 누이라 한 것이다. 아비멜렉은 창밖을 내다보다 사실을 알아채고 백성에게 이 부부를 건드리지 말라 명령했다.

우물을 둘러싼 다툼

이삭은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해에 백 배를 거두었다. 재산이 불어나자 블레셋 사람들이 시기하여 아브라함이 팠던 우물을 흙으로 메웠다. 이삭은 그 우물들을 다시 팠고 목자들과 다툼이 이어졌다.
다툼이 붙은 우물에는 에섹과 싯나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침내 다투지 않게 된 우물을 르호봇이라 불렀다. 이삭은 브엘세바로 올라갔고 아비멜렉이 찾아와 화친을 청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그랄의 두 이야기는 같은 약점이 세대를 건너 되풀이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두 번 모두 위기의 원인은 족장의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언약을 지킨 쪽은 하나님이었다.
아비멜렉이라는 이방 왕이 오히려 도덕적 항변을 내놓는 점도 눈에 띈다. 성경은 언약 백성의 실수와 이방인의 양심을 같은 지면에 나란히 둔다.

마무리

그랄은 큰 사건의 무대가 아니었다. 전쟁도 없었고 성전도 없었다. 다만 두 족장이 기근과 두려움 앞에서 어떻게 처신했는지가 여기 기록되었다. 약속은 사람의 흔들림과 상관없이 다음 세대로 넘어갔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0:1 — 아브라함이 그랄에 거류하며
  • 창세기 20:3 — 네가 데려간 이 여인은 남편이 있는 여자임이라
  • 창세기 26:2-3 — 이 땅에 거류하면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고
  • 창세기 26:12 — 이삭이 그 땅에서 농사하여 그해에 백 배나 얻었고
  • 창세기 26:22 — 그 이름을 르호봇이라 하여 이르되 이제는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넓게 하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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