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을 세움
돌기둥을 세우는 일은 고대 근동에서 널리 쓰이던 관습이었고 이스라엘도 이를 썼다.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자리에 돌을 세우고 기름을 부었다. 라반과 헤어질 때는 두 사람 사이의 언약을 지켜보는 증거로 기둥을 세웠다. 모세는 시내산 아래에 열두 기둥을 세워 열두 지파를 나타냈고 여호수아는 요단강 바닥에서 꺼낸 돌 열둘을 길갈에 두었다. 그러나 같은 돌기둥이 우상 숭배의 도구가 되기도 했다. 율법은 절하려고 주상을 세우지 말라고 못박았다. 돌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의 뿌리였다.
돌기둥은 하나님을 만난 자리나 언약을 맺은 자리에 세우던 표식이다. 대개 그 자리에 있던 돌을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구약은 이 관습을 여러 번 기록하면서 동시에 그 위험도 함께 경고한다.
돌기둥은 무엇을 하는 물건이었나
고대 근동에서는 돌을 세워 사건을 남기는 일이 흔했다. 문서를 남기기 어려운 시대였으므로 눈에 보이는 표식이 기억을 붙들었다. 이스라엘에서 기둥은 크게 세 가지 몫을 했다. 하나님을 만난 자리를 남기는 기념이었고 언약을 지켜보는 증거였으며 땅의 경계를 알리는 표였다.
벧엘에서 야곱이 세운 기둥
야곱은 형을 피해 하란으로 가던 길에 한 곳에서 잠들었다. 꿈에 사닥다리가 하늘에 닿았고 하나님이 그에게 약속을 주셨다. 아침에 야곱은 베고 자던 돌을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그곳 이름을 벧엘이라 불렀다. 창세기 28장 22절에서 야곱은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되리라고 말한다. 기념과 서원이 한 자리에서 함께 이루어진 셈이다.
야곱과 라반 사이의 증거 기둥
이십 년 만에 하란을 떠난 야곱을 라반이 뒤쫓아 왔다. 두 사람은 길르앗 산에서 다투다가 화해하고 언약을 맺는다. 야곱은 돌을 가져다 기둥으로 세우고 사람들은 돌무더기를 쌓았다.
창세기 31장 45절 이하는 이 기둥이 서로를 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증거였다고 전한다. 기둥은 두 집안이 넘지 않기로 한 경계이기도 했다.
시내산 아래 열두 기둥
출애굽기 24장 4절에서 모세는 산 아래에 제단을 쌓고 열두 기둥을 세웠다. 기둥 하나가 지파 하나를 나타냈다. 언약을 맺는 자리에서 백성 전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표시였다.
이때 기둥은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약속을 눈에 보이게 만든 장치였다.
길갈에 세운 열두 돌
여호수아 4장에서 이스라엘은 요단강을 마른 땅으로 건넜다. 여호수아는 각 지파에서 한 사람씩 뽑아 강바닥에서 돌 열둘을 꺼내 오게 했고 길갈에 두었다. 훗날 자녀가 이 돌들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강을 건넌 일을 일러 주게 하려는 뜻이었다.
우상이 된 기둥과 율법의 금지
같은 관습이 가나안 종교에서도 쓰였다. 그곳에서는 주상 앞에 절하며 제사를 드렸다. 레위기 26장 1절은 새긴 우상이나 주상을 세우지 말고 조각한 석상을 두어 절하지 말라고 명한다.
호세아 10장은 이스라엘이 제단과 주상을 늘린 일을 두고 마음이 갈라졌다고 꾸짖는다. 기념하려던 돌이 섬김의 대상이 되면 곧 우상이 됐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기둥을 둘러싼 기록은 표식과 우상 사이의 경계를 보여 준다. 돌 자체에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의 뿌리였다. 이스라엘이 그 차이를 잊을 때마다 예언자들의 책망이 뒤따랐다.
마무리
야곱의 돌 하나는 하나님의 집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시내산 아래 열두 기둥은 언약의 자리를 나타냈다. 반대로 절하기 위해 세운 주상은 율법이 금한 물건이었다. 성경은 같은 돌을 두고 두 방향의 기록을 함께 남겨 두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8:18 — 야곱이 베개 삼았던 돌을 세워 기둥을 삼고 기름을 붓다
- 창세기 28:22 —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되리라
- 창세기 31:45-52 — 야곱과 라반이 기둥과 돌무더기를 증거로 삼다
- 출애굽기 24:4 — 산 아래 제단과 열두 지파의 열두 기둥
- 여호수아 4:6-7 — 이 돌들이 무슨 뜻이냐고 묻거든 요단을 건넌 일을 알리라
- 레위기 26:1 — 우상이나 주상을 세우지 말며 석상을 두어 절하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