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신상을 찾다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날 때 라헬은 아버지의 드라빔을 훔쳐 나왔다. 양털 깎는 철이라 라반은 집을 비운 상태였다. 사흘 뒤 사실을 안 라반은 이레 길을 쫓아와 길르앗 산에서 야곱을 따라잡는다. 네가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고 묻자 야곱은 훔친 자를 살려 두지 않겠다고 답했다. 라반은 장막을 차례로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라헬이 신상을 낙타 안장 아래 넣고 그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결국 돌무더기를 쌓고 서로 해하지 않기로 언약했다. 미스바라 불린 자리다.
창세기 31장에서 라반이 찾던 것은 재산이 아니라 신상이었다. 장인과 사위가 이레 길을 사이에 두고 벌인 추격의 명분이 그 작은 조각상들이었다.
떠나기로 한 야곱
야곱은 이십 년 동안 라반의 집에서 일했다. 품삯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이 아버지의 소유를 빼앗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하셨다(창 31:3). 야곱은 라헬과 레아를 들로 불러 상의한 뒤 가축과 식구를 이끌고 길을 나섰다.
라헬이 가져간 드라빔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사이에 라헬은 그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했다(창 31:19). 본문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드라빔은 근동 가정에서 쓰이던 작은 신상이다. 점을 치는 데 쓰였고 집안의 상속권을 상징하기도 했다. 라헬의 동기를 두고 상속 주장과 미신적 기대가 함께 거론된다.
이레 길의 추격
라반은 사흘 만에 야곱이 떠난 것을 알고 형제들을 데리고 뒤를 쫓았다. 이레 길을 달려 길르앗 산에서 따라잡았다.
밤에 하나님이 라반의 꿈에 나타나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창 31:24). 라반의 손이 묶인 상태에서 대면이 시작됐다.
라반의 추궁
라반은 야곱을 나무랐다. 네가 네 아버지 집을 사모하여 떠난 것은 좋으나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창 31:30).
야곱은 도둑질한 일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당신의 신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라(창 31:32). 자기 아내를 걸고 한 말인 줄 몰랐다.
장막을 뒤지다
라반은 야곱의 장막과 레아의 장막과 두 여종의 장막을 차례로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라헬의 장막에 들어갔다.
라헬은 드라빔을 낙타 안장 아래 넣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여자의 생리가 있어 일어나지 못한다고 말했다(창 31:34-35). 라반은 두루 찾았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미스바의 언약
찾지 못한 라반에게 야곱은 이십 년의 노동을 열거하며 항의했다. 두 사람은 돌무더기를 쌓고 서로 해하지 않기로 언약했다.
그 돌무더기를 갈르엣이라 하고 그곳을 미스바라 불렀다. 우리가 서로 떠나 있을 때에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를 살피시옵소서 하였다(창 31:49).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장면은 우상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 준다. 라반이 신이라 부른 물건은 스스로 자기 자리를 알리지 못했고 안장 밑에 숨겨진 채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야곱의 하나님은 꿈으로 라반을 막아 세우셨다. 훗날 야곱은 세겜에서 집안의 이방 신상을 모아 상수리나무 아래 묻는다(창 35:2-4). 드라빔 이야기는 그 정리의 앞자락에 놓인다.
마무리
창세기 31장은 두 종류의 신앙을 나란히 놓았다. 하나는 훔쳐 갈 수 있고 깔고 앉을 수 있는 신이다. 다른 하나는 꿈에 나타나 사람의 발을 묶는 하나님이다. 본문은 그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사건으로 보여 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1:19 — 라헬은 그의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하고
- 창세기 31:24 —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
- 창세기 31:30 —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
- 창세기 31:32 — 당신의 신을 누구에게서 찾든지 그는 살지 못할 것이요
- 창세기 31:35 — 여자의 생리가 있으므로 일어나서 영접할 수 없나이다
- 창세기 35:2 — 너희 중에 있는 이방 신상들을 버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