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사건이야기

라헬이 훔친 드라빔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향할 때 라헬은 아버지의 드라빔을 몰래 가져갔다. 드라빔은 집안의 수호와 상속권을 상징하던 작은 신상이다. 라반은 사흘 뒤 사실을 알고 이레 길을 쫓아와 신상을 내놓으라고 따졌다. 야곱은 아내의 일을 모른 채 훔친 자는 살지 못하리라고 맹세했다. 라헬은 신상을 낙타 안장 밑에 넣고 그 위에 앉아 몸이 불편하다며 일어나지 않았다. 수색은 끝내 헛수고로 돌아갔다. 야곱의 집안이 우상을 완전히 버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창세기 31장 19절은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간 사이 라헬이 아버지의 드라빔을 훔쳤다고 짧게 적는다. 본문은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한 줄이 뒤이어 벌어지는 추격과 수색 장면 전체를 움직인다.

하란을 떠나기로 한 결정

야곱은 이십 년 동안 라반의 집에서 일했다. 품삯은 여러 차례 바뀌었고 라반의 아들들은 야곱을 곱게 보지 않았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야곱은 레아와 라헬을 들로 불러 뜻을 밝혔고 두 아내는 함께 떠나기로 했다. 아버지의 집에서 더 받을 몫이 없다는 것이 두 사람의 판단이었다.

라헬이 가져간 드라빔

떠나는 길에 라헬은 아버지의 집 신상을 챙겼다. 야곱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성경은 라헬의 동기를 설명하지 않고 행위만 기록한다.
해석은 갈린다. 상속권과 가장권을 상징하는 물건이었으므로 몫을 확보하려는 뜻이었다고 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보호의 표식을 손에 쥐려 했다고 보기도 한다.

드라빔은 무엇이었나

드라빔은 고대 근동 가정에 흔하던 작은 신상이다. 집안의 안전과 번영을 지켜 준다고 여겨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신상을 지닌 사람이 가문의 재산을 잇는다는 관습도 있었다.
야곱의 집안은 여호와를 섬겼으나 주변 문화는 여러 신을 함께 섬겼다. 라헬의 행동은 그 두 세계가 한 가족 안에서 겹쳐 있었음을 보여 준다.

라반의 추격과 야곱의 맹세

라반은 사흘 만에 야곱이 떠난 것을 알고 친족을 데리고 뒤를 쫓았다. 길르앗 산에서 두 사람이 마주쳤다. 라반은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고 물었다(창 31:30).
야곱은 결백을 확신하며 답했다. 신을 가진 자는 살지 못하리라 하고 라반에게 짐을 뒤지도록 허락했다(창 31:32). 자기 아내를 두고 한 말인 줄은 몰랐다.

낙타 안장 밑에 숨긴 신상

라반은 야곱의 장막과 레아의 장막과 두 여종의 장막을 차례로 뒤졌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라헬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라헬은 신상을 낙타 안장 안에 넣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헬은 아버지 앞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몸의 형편으로 둘러댔다(창 31:34-35). 라반은 장막을 다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수색이 실패하면서 라반과 야곱은 미스바에서 언약을 맺고 갈라섰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 사건은 족장의 가정도 우상에서 단번에 자유롭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야곱의 집이 이방 신상을 정리한 것은 한참 뒤 세겜에서였다. 야곱은 식구들에게 이방 신상을 버리라 하고 그것들을 상수리나무 아래 묻었다(창 35:2-4).
십계명 첫 두 계명이 다른 신과 새긴 우상을 금한 배경도 여기에 닿아 있다(출 20:3-4). 라헬의 장막에 감춰졌던 물건이 뒷날 이스라엘이 오래 씨름하게 될 문제의 예고편이 되었다.

마무리

라헬은 드라빔을 지켰고 야곱은 그 사실을 몰랐다. 라반은 물건을 잃었고 언약을 얻었다. 성경은 누구의 손도 들어 주지 않은 채 이 장면을 남겨 두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31:19 — 라반이 양털을 깎으러 갔을 때 라헬이 아버지의 드라빔을 도둑질하다
  • 창세기 31:30 — 어찌하여 내 신을 도둑질하였느냐
  • 창세기 31:32 — 야곱이 신을 가진 자는 살지 못하리라 하다
  • 창세기 31:34-35 — 라헬이 신상을 낙타 안장에 넣고 그 위에 앉다
  • 창세기 35:2-4 — 야곱이 이방 신상을 거두어 상수리나무 아래 묻다
  • 출애굽기 20:3-4 —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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