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가 딸 디나를 낳다
창세기 30장 21절은 레아가 딸을 낳고 디나라 이름했다고만 적는다. 아들이 태어날 때마다 붙던 작명의 사연이 여기에는 없다. 그런데 이 한 절은 창세기 34장으로 곧장 이어진다. 세겜에서 벌어진 일이 야곱 집안을 흔들고 시므온과 레위의 앞날까지 바꿔 놓기 때문이다. 디나의 출생 기록이 왜 이토록 짧은지, 그 이름이 어디까지 영향을 남겼는지 살펴본다. 창세기 34장의 사건은 시므온과 레위의 기업이 흩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야곱의 임종 축복이 그 일을 다시 언급한다. 이름 하나만 남은 기록이 지파의 지도까지 바꿔 놓았다.
창세기 30장을 읽다 보면 아들들의 이름이 줄줄이 이어지다가 한 절만 다르게 놓인다. 레아가 딸을 낳고 디나라 불렀다는 기록이다. 이름의 뜻도 어머니의 말도 붙지 않는다. 이 절은 짧지만 창세기 34장 전체의 출발점이 된다.
레아가 서 있던 자리
레아는 라반의 큰딸이며 야곱의 첫 아내다. 야곱의 사랑은 동생 라헬에게 기울어 있었다. 창세기 29장 31절은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여호와께서 보시고 그 태를 여셨다고 적는다.
출산은 레아가 집안에서 자리를 얻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다. 르우벤부터 스불론까지 여섯 아들이 이어졌고 그 뒤에 디나가 태어났다.
창세기 30장 21절의 짧은 기록
본문은 그 후에 레아가 딸을 낳고 이름을 디나라 하였다고만 말한다. 앞선 여섯 아들에게는 모두 이름의 유래가 붙었다. 잇사갈은 값이라 했고 스불론은 남편이 자기와 함께 살리라는 말과 함께 지어졌다. 디나에게는 그런 설명이 없다.
기록의 목적이 지파 형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창세기 46장 15절은 야곱의 자손을 셀 때 레아의 소생을 정리하면서 딸 디나를 함께 적는다.
아들 중심 족보에 남은 딸의 이름
고대 근동의 계보는 상속과 혈통을 따라 아들 위주로 적혔다. 야곱의 다른 딸들은 창세기 37장 35절과 46장 7절에 무리로만 언급된다. 이름이 남은 딸은 디나뿐이다.
이름이 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뒤에 이어질 사건 때문이다. 성경 기록자는 34장을 위해 30장에 미리 한 절을 놓아 둔 셈이다.
세겜에서 일어난 일
창세기 34장은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다가 히위 족속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욕을 당한 일을 전한다. 세겜은 디나를 아내로 달라고 청했고 하몰이 야곱과 혼인 동맹을 제안했다.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조건으로 내걸며 속임수를 썼다. 야곱은 이 일에 오래 침묵했다.
시므온과 레위가 남긴 결과
창세기 34장 25절은 성읍 남자들이 아직 아플 때에 시므온과 레위가 칼을 들고 성읍을 쳤다고 적는다. 야곱은 이 일로 가나안 주민 앞에서 냄새를 피우게 되었다고 책망했다.
결과는 오래갔다. 창세기 49장 5절에서 7절까지 야곱은 임종의 축복에서 두 아들의 혈기를 저주하며 이들을 야곱 중에서 나누고 이스라엘 중에서 흩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므온 지파는 유다 지파의 기업 안에 흩어졌고 레위 지파는 성읍만 받고 땅의 분깃을 얻지 못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디나의 기록은 언약 가정이 주변 민족과 뒤섞일 때 생기는 문제를 처음으로 드러낸다. 뒤에 이스라엘이 가나안에서 통혼을 경계하게 되는 흐름이 여기서 시작된다.
동시에 이 사건은 레위 지파의 흩어짐이라는 형벌을 낳았고 그 흩어짐이 훗날 제사 직분의 형태로 바뀐다. 야곱의 저주가 그대로 남지 않고 다른 쓰임으로 이어진 셈이다.
마무리
디나의 출생은 한 줄로 지나간다. 그러나 그 한 줄이 없으면 창세기 34장도 49장의 축복도 설명되지 않는다. 성경이 짧게 적은 자리가 늘 가벼운 자리는 아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29:31 — 여호와께서 레아가 사랑받지 못함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셨더라
- 창세기 30:21 — 그 후에 레아가 딸을 낳고 그의 이름을 디나라 하였더라
- 창세기 34:1-2 —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
- 창세기 34:25 — 시므온과 레위가 각기 칼을 가지고 성읍을 기습하여
- 창세기 49:5-7 — 시므온과 레위는 형제요 그들의 칼은 폭력의 도구로다
- 창세기 46:15 — 레아의 소생과 그의 딸 디나를 합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