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기세덱
멜기세덱은 창세기 14장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인물이다. 살렘 왕이면서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소개된다. 왕들을 이기고 돌아온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축복했고 아브람은 십분의 일을 바쳤다. 시편 110편 4절은 메시아를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른 영원한 제사장으로 부른다. 히브리서 5장부터 7장은 이 구절을 받아 예수의 제사장직을 설명한다. 족보가 적히지 않은 그의 등장 방식이 레위 계열과 다른 제사장직을 보여 준다. 이름의 뜻은 의의 왕이다.
멜기세덱은 성경에서 세 곳에만 나온다. 창세기에 열 절이 채 안 되는 분량으로 등장하고 시편에서 한 절로 다시 불리며 히브리서에서 길게 풀린다. 등장은 짧지만 신약이 그를 다루는 비중은 크다.
창세기 14장의 짧은 등장
아브람은 조카 롯을 사로잡아 간 왕들을 쳐부수고 돌아온다. 그때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온다. 창세기 14장 18절은 그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다고 적는다. 그는 아브람에게 천지의 주재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아브람에게 복을 주시기를 원하노라 하고 축복한다.
이어 대적을 아브람의 손에 붙이신 하나님을 찬송한다. 아브람은 얻은 것에서 십분의 일을 그에게 준다.
이름과 도시가 담은 뜻
멜기세덱은 의의 왕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가 다스린 살렘은 평강이라는 말과 이어진다. 살렘은 예루살렘의 옛 이름으로 보는 견해가 오래됐다. 의와 평강이라는 두 낱말이 한 사람의 호칭 안에 함께 놓인다.
왕이면서 제사장인 자리
고대 근동에서 왕권과 제사장직은 대개 나뉘어 있었다. 이스라엘에서도 왕은 유다 지파에서 나오고 제사장은 레위 지파에서 나왔다. 웃시야 왕이 분향하려다 나병에 걸린 일은 그 경계를 보여 준다.
멜기세덱은 두 자리를 함께 가진 사람으로 소개된다. 이 구조가 훗날 왕이면서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 주는 틀로 읽혔다.
시편 110편의 맹세
시편 110편 4절은 여호와께서 맹세하시고 변하지 아니하시리라 하시기를 너는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 하셨도다라고 노래한다. 다윗의 시편이며 메시아를 가리키는 시로 읽힌다. 여기서 제사장직의 근거는 혈통이 아니라 하나님의 맹세다. 레위 계열과 다른 원리가 선언된 셈이다.
히브리서가 풀어낸 의미
히브리서 5장 6절은 시편 110편 4절을 그대로 인용해 예수께 적용한다. 히브리서 7장 1절부터 3절은 멜기세덱을 살렘 왕이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라 다시 소개한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족보도 없고 시작한 날도 생명의 끝도 없다고 말한다.
창세기가 그의 출생과 죽음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은 서술이다. 히브리서는 이어 아브라함이 그에게 십분의 일을 바쳤다는 점을 든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레위가 조상의 허리에 있었으므로 레위 계열도 그에게 십일조를 낸 셈이라는 논증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레위 제사장들은 죽음 때문에 자리를 이어 갔다. 한 사람이 죽으면 다음 사람이 대신 섰다. 히브리서는 예수의 제사장직이 그런 교체를 겪지 않는다고 말한다.
멜기세덱은 그 차이를 보여 주는 그림이다. 아브람이 축복을 받고 십일조를 바친 장면은 더 높은 제사장직이 이미 있었음을 알려 준다. 새 언약의 중보자가 어떤 근거 위에 서는지를 이 옛 장면이 미리 비춘다.
마무리
멜기세덱은 어디서 왔는지도 어디로 갔는지도 적히지 않은 사람이다. 그 빈자리가 오히려 그를 그리스도의 예표로 읽게 만들었다. 짧은 만남 하나가 신약의 긴 논증으로 이어졌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4:18 —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 창세기 14:19 — 천지의 주재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 창세기 14:20 — 아브람이 그 얻은 것에서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더라
- 시편 110:4 — 너는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
- 히브리서 5:6 — 네가 영원히 멜기세덱의 반차를 따르는 제사장이라
- 히브리서 7:3 —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