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의 웃음과 여호와의 대답
마므레 상수리나무 곁에 세 사람이 찾아왔다. 그중 한 분이 내년 이맘때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고 말한다. 장막 문 뒤에서 그 말을 들은 사라는 속으로 웃었다. 아흔을 바라보는 몸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여호와는 그 웃음을 놓치지 않으시고 아브라함에게 되물으신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사라는 두려워 부인했으나 약속은 그대로 남았고 이듬해 이삭이 태어났다. 이 짧은 문답은 창세기 18장 9절부터 15절까지에 담겨 있다.
사라가 웃은 자리는 장막 안이었다. 손님들이 아브라함과 이야기를 나누던 바깥이 아니라 문 뒤였다. 그 웃음은 소리 없이 속으로 삼킨 것이었는데도 여호와는 그것을 아셨다.
마므레의 세 손님
창세기 18장은 아브라함이 마므레 상수리나무 곁에 앉아 있을 때 시작된다. 날이 뜨거운 한낮이었다. 세 사람이 나타나자 아브라함은 달려가 몸을 굽히고 물과 떡과 송아지를 준비했다.
손님들은 음식을 먹은 뒤 아브라함에게 아내 사라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장막에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물음이 이어질 말의 대상을 미리 가리켰다.
내년 이맘때라는 약속
여호와는 기한을 못 박으셨다. 내년 이맘때 반드시 돌아오겠고 그때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는 말씀이었다(창 18:10). 앞서 창세기 15장과 17장에서 되풀이된 약속이 이번에는 날짜를 얻은 셈이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이미 나이가 많았다. 본문은 사라에게 여인의 생리가 끊어졌다고 못 박아 둔다. 자연의 조건으로 보면 약속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그만큼 벌어져 있었다.
속으로 웃은 사라
사라는 장막 문 뒤에서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내가 노쇠하였고 내 주인도 늙었으니 내게 무슨 즐거움이 있으리요(창 18:12).
이 웃음은 기쁨이 아니라 체념에 가깝다. 오래 기다린 사람이 더는 기대를 붙들지 못할 때 나오는 반응이다. 사라는 자기 몸이 겪어 온 세월을 근거로 삼았다.
여호와의 되물음
여호와는 아브라함에게 물으셨다. 사라가 왜 웃으며 늙은 내가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요 하느냐(창 18:13). 사라가 소리 내지 않은 말까지 그대로 옮겨진 셈이다.
이어진 말씀이 이 대목의 중심이다.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창 18:14). 질문의 형식이지만 답을 요구하는 물음이 아니다. 기한이 이르면 돌아오겠다는 말이 곧바로 다시 붙는다.
부인과 정정
사라는 두려워서 웃지 아니하였다고 말했다. 여호와는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하고 짧게 바로잡으셨다(창 18:15). 꾸짖음이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약속을 거두겠다는 말도 없다. 사라의 반응이 어떠했든 기한과 내용은 그대로였다. 이 짧은 문답이 남긴 것은 벌이 아니라 확인이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약속은 이듬해 지켜졌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기한에 사라가 아들을 낳았고 아브라함은 그 이름을 이삭이라 하였다(창 21:1-3). 이삭이라는 이름은 웃음을 뜻한다.
히브리서는 사라를 믿음의 사람으로 꼽는다. 약속하신 이를 미쁘신 줄 알았으므로 나이가 지났으나 잉태하는 힘을 얻었다고 적는다(히 11:11). 장막 뒤의 웃음이 마지막 평가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무리
창세기 18장의 이 장면은 짧다. 그러나 약속과 사람의 계산이 정면으로 부딪친 자리다. 사라는 자기 나이를 근거로 판단했고 여호와는 자기 능력을 근거로 답하셨다. 둘 중 무엇이 기한을 결정했는지는 창세기 21장이 보여 준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8:10 — 내년 이맘때 네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 창세기 18:12 — 사라가 속으로 웃고 이르되 내가 노쇠하였고
- 창세기 18:14 — 여호와께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 창세기 18:15 — 아니라 네가 웃었느니라
- 창세기 21:1-3 —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기한에 사라가 아들을 낳으니
- 히브리서 11:11 — 믿음으로 사라 자신도 나이가 많아 단산하였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