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래가 사라가 되다
아브람이 아흔아홉 살 되던 해에 하나님이 나타나 언약을 세우셨다. 그 자리에서 아브람은 아브라함이 되었다. 이어서 아내의 이름도 바뀐다. 네 아내 사래를 사래라 하지 말고 사라라 하라는 말씀이었다. 하나님은 그를 복 주어 그에게서 아들을 주겠고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겠다고 하셨다. 왕들이 그에게서 나오리라는 말도 덧붙었다. 이름의 변화는 신분과 역할이 함께 바뀌었음을 알린다. 아브라함은 이 말을 듣고 엎드려 웃었다. 이듬해 이삭이 태어나면서 약속은 사실이 되었다.
창세기 17장에서 이름이 바뀐 사람은 둘이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이 되고 사래가 사라가 되었다. 같은 언약 안에서 두 이름이 나란히 고쳐졌다.
언약이 다시 세워진 자리
아브람이 아흔아홉 살 때 여호와께서 나타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하시며 언약을 확인하셨다. 자손이 크게 번성하고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리라는 내용이었다.
할례가 언약의 표징으로 주어진 것도 이 장이다. 이름 변경은 그 흐름 안에 놓여 있다.
사래에서 사라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 아내 사래는 이름을 사래라 하지 말고 사라라 하라(창 17:15). 짧은 명령이지만 대상이 분명하다.
이름을 바꾸신 분은 남편이 아니라 하나님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여인의 이름을 직접 고쳐 부르시는 기록은 이곳뿐이다.
두 이름의 뜻
사래는 나의 공주 정도로 읽힌다. 소유격이 붙은 만큼 한 집안 안에서의 위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라는 공주라는 뜻이다. 범위를 제한하는 말이 떨어져 나갔다. 한 남자의 아내라는 자리에서 여러 민족의 어머니라는 자리로 옮겨 간 셈이다.
이름과 함께 주어진 약속
이름을 고치신 뒤 곧바로 약속이 이어진다. 내가 그에게 복을 주어 그로 네게 아들을 낳아 주게 하리라는 말씀이었다(창 17:16).
뒤이어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고 민족의 여러 왕이 그에게서 나오리라는 말이 붙는다. 아들 하나의 약속이 왕들의 계보로 확장된다.
아브라함의 반응
아브라함은 엎드려 웃으며 속으로 말했다. 백 세 된 사람이 어찌 자식을 낳을까 사라는 구십 세니 어찌 출산하리요(창 17:17).
하나님은 사라가 낳을 아들의 이름을 이삭이라 하라고 정해 주셨다. 그리고 이 언약을 이삭과 세우겠다고 못 박으셨다(창 17:19).
이름이 지닌 무게
고대 근동에서 이름은 신분과 역할을 담는 그릇이었다. 이름을 새로 주는 행위는 관계와 위치가 바뀌었음을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아브람과 사래에게 붙은 새 이름은 부부가 스스로 고른 것이 아니다. 언약을 세우신 쪽에서 정해 주었다는 점이 이 장면의 성격을 규정한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이름이 바뀐 이듬해 이삭이 태어났다. 아브라함 언약은 이삭에게로 이어졌고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계보가 그 뒤를 따랐다.
히브리서는 사라의 믿음을 기록하고(히 11:11) 베드로전서는 사라를 아내의 본으로 든다(벧전 3:6). 새 이름이 가리킨 역할이 신약에서도 언급된 셈이다.
마무리
사래에서 사라로의 변화는 글자 하나의 차이다. 그러나 그 뒤에 붙은 약속은 아들 하나에서 여러 민족과 왕들로 뻗는다. 창세기 17장은 이름의 변경과 약속의 확장을 한 문단 안에 나란히 놓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7:5 — 네 이름을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 창세기 17:15 — 사래라 하지 말고 사라라 하라
- 창세기 17:16 — 여러 민족의 어머니가 되게 하리니 민족의 여러 왕이 그에게서 나리라
- 창세기 17:17 — 아브라함이 엎드려 웃으며 마음속으로 이르되
- 창세기 17:19 — 그 이름을 이삭이라 하라
- 히브리서 11:11 — 믿음으로 사라 자신도 잉태하는 힘을 얻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