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렘
살렘은 창세기 14장에서 멜기세덱이 다스리던 성으로 처음 나온다. 그는 살렘 왕이자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고 전쟁에서 돌아오는 아브람에게 떡과 포도주를 내왔다. 이름은 평화를 뜻하는 히브리어 낱말과 이어진다. 시편 76편은 하나님의 장막이 살렘에 있고 처소가 시온에 있다고 노래하며 이 지명을 예루살렘과 나란히 놓는다. 히브리서는 멜기세덱을 평강의 왕으로 풀이하고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을 설명하는 자리에 세운다. 성경에 세 번 나오는 짧은 이름이다.
창세기 14장에서 아브람이 조카 롯을 구하고 돌아올 때 낯선 왕 하나가 나타난다. 살렘 왕 멜기세덱이다. 성경은 그 성이 어디인지 설명하지 않고 이름만 적어 둔다.
이름의 뜻
살렘은 평화와 온전함을 뜻하는 히브리어 샬롬과 같은 어근에서 나온 말이다. 고대 근동의 성읍 이름에는 이런 낱말이 자주 쓰였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 뜻을 그대로 옮겨 멜기세덱을 평강의 왕이라 부른다 (히 7:2). 멜기세덱이라는 이름 자체는 의의 왕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창세기 14장의 장면
아브람이 그돌라오멜과 그 동맹군을 치고 롯과 재물을 되찾아 돌아왔다. 그때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이었다 (창 14:18). 그가 아브람을 축복하며 말한다.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여 아브람에게 복을 주옵소서” (창 14:19). 아브람은 얻은 것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다.
왕이면서 제사장인 사람
고대 근동의 성읍 왕들은 제의를 함께 맡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멜기세덱이 섬긴 대상은 지역 신이 아니었다. 그는 천지를 지으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불렀고 아브람도 같은 이름으로 여호와를 부른다 (창 14:22). 언약 백성이 세워지기 전에 이미 그 하나님을 아는 제사장이 가나안 땅에 있었다는 뜻이다. 살렘은 그런 사람이 다스리던 성이었다.
시편 76편이 붙여 놓은 자리
살렘은 시편에 한 번 더 나온다. “그의 장막은 살렘에 있음이여 그의 처소는 시온에 있도다” (시 76:2). 이 문장은 살렘과 시온을 나란히 놓는다. 시온은 다윗이 여부스 사람에게서 빼앗은 산성이며 곧 예루살렘이다 (삼하 5:7). 살렘을 예루살렘의 옛 이름으로 보는 견해가 여기에 근거를 둔다.
예루살렘과 같은 곳인가
여호수아 시대 예루살렘 왕의 이름은 아도니세덱이었다 (수 10:1). 멜기세덱과 뒷부분이 같다. 그 지역 왕들이 대대로 비슷한 이름을 쓴 흔적으로 읽힌다. 세겜 근처의 살렘이라는 지명을 드는 견해도 있으나 (창 33:18) 시편 76편의 짝 맞춤 때문에 예루살렘 쪽 설명이 더 널리 받아들여진다. 성경 자체는 위치를 못 박지 않는다.
히브리서가 다시 읽은 살렘
시편 110편 4절은 왕에게 “너는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고 말한다. 히브리서는 이 구절을 붙들고 논증을 편다. 멜기세덱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족보도 기록되지 않았고 시작한 날과 생명의 끝도 적혀 있지 않다 (히 7:3). 레위 지파에서 나지 않은 제사장이 이미 성경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논지의 축이다. 살렘이라는 지명은 그 논증의 출발점에 놓여 있다.
성경 전체에서의 의미
살렘은 이야기의 무대라기보다 이름으로 기능한다. 평화를 뜻하는 성에서 왕이며 제사장인 사람이 나와 아브람을 축복했다. 이 짧은 장면이 시편과 히브리서에서 되풀이해 인용된다. 예루살렘이 뒷날 성전의 자리가 되는 흐름도 같은 선 위에 놓인다.
마무리
성경이 살렘에 관해 알려 주는 것은 왕의 이름과 그가 가져온 떡과 포도주뿐이다. 성벽의 크기도 주민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이름은 신약까지 이어져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을 설명하는 자리에 남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구절
- 창세기 14:18-20 —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으니
- 창세기 14:22 — 천지의 주재이시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여호와께 내가 손을 들어
- 시편 76:2 — 그의 장막은 살렘에 있음이여 그의 처소는 시온에 있도다
- 시편 110:4 — 너는 멜기세덱의 서열을 따라 영원한 제사장이라
- 히브리서 7:1-3 — 살렘 왕이니 곧 평강의 왕이요
- 사무엘하 5:7 — 다윗이 시온 산성을 빼앗았으니 이는 다윗 성이더라
